'36세 백악관 비서실장' 불발…메도스·멀베이니 등 하마평(종합)

입력 2018-12-10 15:13
수정 2018-12-10 16:50
'36세 백악관 비서실장' 불발…메도스·멀베이니 등 하마평(종합)

므누신·라이트하이저도 거론…트럼프 "대단한 인물들 면접중, 곧 결정"

당초 거론된 에이어스 "연말 떠난다"…트럼프 재선 캠페인 외곽지원 할 듯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물러나는 존 켈리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의 후임으로 유력시돼온 마이크 펜스 부통령 비서실장 닉 에이어스의 인선이 9일(현지시간) 막판에 불발됐다.

이에 따라 차기 비서실장 인선이 일단 원점으로 돌아가 공화당 강경그룹을 이끄는 마크 메도스(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과 믹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트럼프 캠페인의 컨설턴트이자 행정부 참모인 에이어스가 백악관의 새 비서실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백악관 관료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까지 '정치적 명운'을 함께 할 2년 직의 비서실장을 희망했지만 에이어스는 내년 3월 정도까지 3∼4개월가량 '임시직'을 맡는 것 이상은 하기 어렵다며 대통령의 제안을 거절, 두 사람 간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속도감 있는 후임 비서실장 지명으로 2020년 차기 대선 재집권 플랜에 조기에 시동을 걸며 첫 임기 집권 후반기의 국정 동력을 다잡으려던 구상에 일정부분 차질이 빚어진 모양새다. 후속 내각 물갈이의 속도와 폭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올해 36살로 6살 세쌍둥이를 둔 에이어스는 오래전부터 연말 워싱턴DC를 떠나 가족과 함께 자신의 원래 터전인 조지아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혀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과 오랫동안 일을 함께 할 사람을 낙점하기로 마음을 정했다"고 WSJ에 전했다.

에이어스는 이날 오후 트위터에 직접 글을 올려 거취를 표명했다.

그는 트위터 글에서 "백악관에서 우리나라를 위해 일하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던 데 대해 대통령과 부통령, 그리고 나의 훌륭한 동료들에게 감사한다"며 "나는 올해 말 떠날 것이며 그 대의명분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팀과 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지난 대선 때부터 트럼프 대통령이 즐겨 써오던 대표적 선거캠페인 구호이다.



에이어스는 연말 워싱턴DC를 떠나 조지아로 돌아간 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지원하기 위해 외곽의 정치자금 모금 조직인 특별정치활동위원회(슈퍼팩·Super PAC)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 트럼프 대통령과 에이어스 사이의 '협상' 내용에 밝은 한 행정부 관계자가 워싱턴포스트(WP)에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에이어스는 라인스 프리버스, 존 켈리 등 전임자들이 직면했던 도전 과제들을 보면서 백악관 비서실장을 최종적으로 수락하는 일에 회의적이었다"고 WP에 말했다.

CNN방송도 에이어스가 트럼프 행정부를 떠나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슈퍼팩을 운영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9부 능선을 넘어 최종 발표만 남겨둔 듯 했던 에이어스 지명 무산 소식은 워싱턴 정가에서 다소 '깜짝 뉴스'로 여겨졌다. 에이어스 카드가 물 건너간 데는 재임 기간을 둘러싼 합의 도출 실패 외에도 백악관 내부의 저항 기류도 작용했다고 CNN이 보도했다.

CNN은 "에이어스가 새 비서실장직을 위해 '로비'를 해왔기 때문에 그가 안맡기로 했다는 소식은 다소 놀라움으로 다가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일부 고위 참모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관련 상황에 정통한 2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에이어스 카드'가 막판에 틀어지면서 관심은 후임 비서실장 후보군에 쏠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을 통해 구체적인 이름은 거론하지 않은 채 "정말 대단한 인물 몇몇을 면접 보는 과정에 있다"며 "곧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소식통을 인용,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내 강경 그룹 '프리덤 코커스' 회장인 메도스 하원의원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주변에 메도스 의원의 비서실장 선임에 대한 의견을 물어봤다고 덧붙였다. CNN도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외부 자문 인사들에 같은 질의를 했다면서 메도스 의원이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대화하는 사이라고 전했다.



AP·로이터통신 등은 메도스 의원 말고도 멀베이니 백악관 예산국장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대행을 맡아온 매슈 휘터커 변호사와 트럼프 대선캠프의 부본부장을 지낸 데이비드 보시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고 AP는 덧붙였다.

므누신 장관의 경우 다른 후보군에 비해 정치적으로 능숙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고 본인도 재무장관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 일하는 게 최선이라고 여기고 있다고 CNN은 분석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의 경우 중국과의 무역협상에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어서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옮기는 데 부담이 있다고 WP는 지적했다.

에이어스는 젊은 나이에 비해 그동안 선거 현장에서 정치적 수완을 발휘해온 선거 전문가 출신으로, 켈리 비서실장과 대립해온 트럼프 대통령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임 보좌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정책적 경험과 경륜이 약한 점 등을 들어 집권 후반기 혼돈과 격동의 백악관 내부를 잘 추스르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견제와 균형'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시된다는 지적이 적잖이 제기돼왔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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