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친 승객이 먼저 연락하라니" 코레일 후속 조치 엉망 '분통'(종합)

입력 2018-12-08 14:44
수정 2018-12-08 17:29
"다친 승객이 먼저 연락하라니" 코레일 후속 조치 엉망 '분통'(종합)

"자녀 입시문제로 상경길이었는데"…사고 승객 한파 속 '덜덜'

<<8일 오후 2시 44분 송고한 지방 '"다친 승객이 먼저 연락하라니" KTX 후속 조치 엉망 승객 '분통'(종합)' 기사 본문 중 'KTX 측'을 '코레일'로 바로잡습니다.>>



(강릉=연합뉴스) 이재현 기자 = "부상자 인적사항을 적어서 간 뒤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한참 뒤에 진료를 원하면 가까운 역에 문의하라는 문자메시지만 덜렁 보내왔네요. 열차 탈선사고로 다친 것도 억울한데 정말 기가 막히네요."

8일 강릉역 출발 후 5분여 만에 탈선한 사고 열차 승객과 부상자들은 아찔한 사고 자체뿐만 아니라 코레일의 안이한 대처와 더딘 후속 조치에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들은 이른 아침부터 자녀 입시문제로 상경길에 오르거나 취업과 회의 참석 등 중요한 일정이 있었지만, 상당수는 애초 계획이 수포가 됐다.

사고는 이번 겨울 들어 최강한파가 몰아친 오전 7시 35분께 강원 강릉시 운산동 일대 강릉선 KTX 철도에서 발생했다.

당시 198명이 탑승한 서울행 KTX 열차는 선로에서 미끄러지면서 열차 10량 대부분 탈선했고, 기관차 등 앞 2량은 90도가량 'T'자 형태로 꺾였다.



사고 충격으로 선로는 뜯겨나갔고 열차가 들이받은 전신주는 완전히 쓰러져 휴짓조각처럼 변하는 등 말 그대로 대형사고였다.

인명피해가 14명 부상에 그친 것이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안도의 한숨도 잠시뿐. 대부분 중요한 일정을 소화하려고 열차를 탔던 승객들은 코레일의 안이한 대처와 늑장 조치에 또 한 번 분통을 터뜨렸다.

승객 이모(45·여·강릉시)씨는 "자녀의 대학 입시문제로 서울로 가던 길이었는데 코레일과 강릉역의 안이한 대처로 결국 아무 일도 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 직후 겨우 열차 밖으로 탈출한 뒤 곧바로 소방서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다른 승객 18명과 함께 강릉역으로 이동했다"며 "90도가량 꺾여 한동안 객차에 갇혀 있던 승객들보다 빨리 탈출해 그나마 일찍 수송됐지만, 나머지 승객은 한참을 추위 속에 떨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강릉역에 도착한 이후에도 코레일은 2만7천500원가량 승차권 환급 안내만 할 뿐 대체 이동 수단은 전혀 마련하지 않아 승객들과 마찰을 빚었다"며 "결국 상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불만을 토했다.



이날 강릉역에서 사고 열차를 타고 평창역으로 이동할 계획이던 승객 방모(22)씨는 스키장 취업을 앞두고 중요한 일정이 있었지만, 이 사고로 물거품이 됐다.

방씨는 "열차를 타면 목적지까지 25분가량 소요되는데 탈선사고로 사실상 2시간가량 발이 묶였다"며 "열차에서 탈출한 뒤 사고 현장 주변에서 30분가량 서성였고, 추위를 피해 이동한 비닐하우스에서도 1시간가량 기다린 뒤에야 대체 수송 버스가 도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취업과 관련한 중요한 일정이었는데 기회를 놓쳐 아쉬움이 크다"며 "다른 승객들도 회의 등 중요한 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코레일의의 늑장 대처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 안이한 대응도 논란이 되고 있다.

또 다른 승객은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객차가 많이 기울었는데도 승무원들은 큰 사고가 아니라고만 해 답답했다"며 "사고 대피 과정에서도 여성 승무원 한 명이 나와 안내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사고로 다친 승객들은 사고 직후 코레일이 보낸 한 통의 안내 문자에 또 한 번 분통이 터졌다.

코레일은 "탈선사고로 열차 이용에 큰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승차권 운임은 1년 이내 전액 환불해 드리며, 사고로 인한 병원 진료 등을 원하시는 경우 가까운 역에 문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이 사고로 발목을 다친 최모씨는 "사고 직후 코레일에서 인적사항을 적어서 갔는데 '어디가 많이 아프냐'는 전화 한 통 없었다"며 "한참 뒤에서야 '다친 승객이 진료를 원하면 먼저 연락 하라'는 취지 안내 문자를 받고 어이가 없었다"고 전했다.

j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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