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족발' 강제집행 절차 어긴 집행관…法 "과태료 처분 정당"
승인 안 받은 노무자 투입…"강제집행 목적 달성에만 치중" 지적
(서울=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서울 종로구 서촌 '본가궁중족발' 강제집행 과정에서 법원장으로부터 승인받지 않은 노무자를 사용하는 등 절차를 위반해 과태료 처분을 받은 집행관이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박형순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소속 집행관 A씨가 법원장을 상대로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건물소유주 이모씨와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는 2016년부터 임대료 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씨는 시세에 따라 월 1천200만원의 임대료를 요구했고, 김씨는 "갑자기 오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거부했다.
이씨는 명도소송을 냈고, 법원은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며 이씨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집행관 A씨는 지난해 10월 강제집행을 시도했지만, 시민단체 회원들이 막아서 하지 못했다.
한 달 뒤 A씨는 노무자 10명을 이용해 두 번째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김씨는 가게 바닥에 누워 퇴거 요청을 거부했고, A씨는 노무자들에게 김씨를 들어 내보내게 한 다음 강제집행을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는 왼손을 심하게 다쳤다.
언론에 이런 내용이 보도되자 법원장은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절차 위반 여부 등을 조사했고, '노무자를 보조자로 사용하는 집행사건에서의 노무자 등의 관리지침'을 위반했다며 과태료 200만원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A씨는 법원행정처 행정심판 청구도 기각되자 올해 5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강제집행 종료 후 언론 문의가 폭주하고 법원의 집중 감사가 실시돼 정상적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용한 노무자 인적사항을 관리부에 기재하지 못했고, 법원 감사에서 지적받은 후 보완했다"며 집행 직후 기재해야 하는 것이 아니므로 지침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침 취지는 강제집행에 사인(私人)인 노무자를 사용하는 데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집행착수 시 작성되거나 늦어도 집행종료 직후에는 작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는 법원장으로부터 사용승인을 받은 노무자 10명 중 6명을 임의로 다른 노무자로 교체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도 했지만, 재판부는 "등록 외 노무자에 대한 사용승인을 받는데 많은 시일이 소요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부 노무자들에게 소속 법원과 '집행'이란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도록 하지 않은 것은 강제집행의 성공을 위해 불가피한 것이었다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규정 취지는 강제집행에 참여하는 노무자를 특정하고 이를 외부에서도 알 수 있게 표시해 강제집행 과정에서의 적법절차의 준수를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태료 처분이 징계재량권을 일탈하거나 남용한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주장에 따르면 자신의 행위들이 지침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오로지 강제집행의 목적 달성에만 치중한 나머지 고의로 이 사건 지침을 위반한 것으로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법원장은 은밀성과 긴급성이 요구되는 부동산 인도 집행의 특수성, 현장 상황의 어려움 등을 참작해 정직보다는 수위가 낮은 징계처분을 했다"며 사회 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판단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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