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한파] 은행권 최대실적에도 칼바람…줄줄이 희망퇴직

입력 2018-12-09 07:05
[감원한파] 은행권 최대실적에도 칼바람…줄줄이 희망퇴직

농협銀 명예퇴직 610명 신청…신한·국민·SC도 희망퇴직 카드 '만지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은행권에 때 이른 추위만큼 강력한 연말연시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인터넷·모바일 뱅킹 확산 등으로 일손이 덜 필요한데 신입직원 채용을 대폭 늘린 만큼 인력구조 재편이 불가피해져서다.

결국 사상 최대 실적이라는 성과에 대규모 희망퇴직이 뒤따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9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이 올 하반기에 명예퇴직을 했거나 연말연시를 기점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22∼26일 하반기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0세 이상 직원과 내년부터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는 1962년생 직원이다.

명예퇴직 대상자에게는 퇴직 당시 월평균 임금의 20∼36개월 치를 특별퇴직금으로 얹어준다.

610명이 신청했으나 최종 퇴직 인원이 확정되지는 않았다. 농협은행은 지난해에는 534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이보다 앞서 하나은행은 올해 7월 준정년 특별퇴직을 단행했다.

관리자급 27명, 책임자급 181명, 행원급 66명 등 총 274명이 짐을 쌌다.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자는 만 40세 이상이면서 근속 기간이 만 15년 이상인 임직원이었다.

매년 초 희망퇴직을 한 신한은행은 이번에도 희망퇴직 검토에 나섰다.

관건은 희망퇴직 폭이다. 올해 1월 희망퇴직 때는 이례적으로 전 직급을 대상으로 했다. 기존엔 부지점장 이상이었는데 올 초엔 연차와 나이만 충족하면 받아줬다.

이로 인해 대개 300명 수준이던 희망퇴직자가 700여명으로 늘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자발적으로 퇴직하려는 수요가 있어 희망퇴직을 한다"며 "내년 1월 희망퇴직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역시 올해도 임금피크제 예정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은행은 2015년 희망퇴직으로 1천122명을 내보냈으며 지난해 1월에는 2천795명, 올해 1월에는 407명이 은행을 떠났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은 관례로 이뤄지고 있다"며 "노사 간 협의가 되면 진행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다만, 노사가 희망퇴직까지 논의하기엔 갈 길이 멀어보인다.

희망퇴직 안건은 임단협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임금피크제 도입 시점을 둘러싼 갈등부터 풀어야 한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팀원은 만 55세에 도달한 다음해 1월 1일부터, 부점장은 만 55세 생일을 맞은 다음달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 측은 기준을 통일해 모든 직원이 만 56세 1월 1일에 도달했을 때 도입하자고 제안하고, 노조는 산별교섭 1년 연장안에 따라 만 57세부터 임금피크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희망퇴직금이 잔여임기 및 급여와 긴밀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이 논의가 끝나기 전에는 희망퇴직을 고려하기 어렵다.

게다가 노사 임단협 최종 교섭은 6일 결렬된 상태다.

SC제일은행은 올 연말께 노사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을 진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규모는 통상적인 수십명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규모 인원 감축을 단행해 현재는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

지난해 7월 희망퇴직으로 1천명 이상 은행을 떠났다. 2016년 11월 민영화 이후 퇴직금이 다른 시중은행 수준으로 올라가 신청자가 많이 몰렸다.

이전에는 특별퇴직금으로 최고 28개월 치 월급을 줬다면 지난해에는 36개월 치로 늘었다.

다만, 희망퇴직 수요가 있어서 구조조정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내년에 임금피크제에 들어가는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하고 싶어한다"라며 "아직 희망퇴직을 논의하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이 당장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 감원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다.

국민은행의 올해 1∼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79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증가했다.

신한은행도 같은 기간 누적 당기순이익이 1조9천165억원에 달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각각 1조7천972억원, 1조7천576억원을 기록했다.

주요 배경으로는 디지털 변혁이 꼽힌다. 비대면 플랫폼이 중요해지고 인터넷 전문은행과 경쟁도 해야한다. 기존 은행은 지점 통폐합과 인력구조 개편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또 은행들이 올해 신입 행원 채용을 확대하면서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중이다.

우리은행은 상반기 240명을 채용한 데 이어 하반기 510명을 공개 채용한다. 지난해보다 150명가량 많다.

신한은행도 공개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100명 늘어난 600명이다. 전문인력까지 더하면 올해 채용 규모가 9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은 신입 행원 415명을 비롯해 약 700명을 채용 중이다.

하나은행은 채용 규모를 지난해 250명에서 올해 500명으로 두 배로 늘렸다.

반면 희망퇴직 대상자는 대부분 외환위기 전에 입행해 임금피크제 진입 전후인 1960년대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해 신입 행원을 많이 뽑아서 인력 구조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직원들도 희망퇴직 수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he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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