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접경지역 부동산 들썩인다는데…현지 반응은 '글쎄'

입력 2018-12-08 07:00
강원 접경지역 부동산 들썩인다는데…현지 반응은 '글쎄'

군사시설 보호구역 2억㎡ 이상 해제 소식에도 거래 '잠잠'



(화천=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부동산 호재요? 여기 부동산들을 조금만 돌아다녀도 그런 이야기는 못 꺼냅니다."

정부가 최근 군사시설 보호구역 해제를 발표하면서 화천, 철원, 고성 등 강원 접경지역 부동산 시장이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접경지역 현지에서는 '부동산 호재'라는 이야기에 냉담한 반응이다.

화천군은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혜택을 받은 지역이다.

강원지역은 군사시설 보호구역 2억1천202만㎡가 해제된다.

이 중 화천군에서만 1억9천698만㎡의 보호구역이 풀려 화천군 내 보호구역 비율이 64%에서 42%로 낮아진다.



정부의 보호구역 해제 발표로부터 이틀이 지난 7일 화천지역 부동산 곳곳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공인중개사들에게 정부 발표 이후 부동산 거래 움직임이 있었는지 묻자 다들 손사래를 치며 "그런 건 없다"고 이야기했다.

오영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화천지회장은 "호재 소식보다는 지역 부동산 불경기가 더 큰 영향"이라며 "올해 초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때도 이곳 부동산 시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화천에서 20여년가량 부동산을 운영해온 문형식(54)씨는 "기존에도 군사시설 보호구역 안에서 군부대와 협의해 건축을 해왔다"며 "이번 조치로 건축 절차가 간소화된 정도지 개발 호재라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 거래나 상담이 늘어난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철원군도 상황은 비슷했다.

제한보호구역 완화 조처가 내려진 근남면 마현리와 양지리는 이전과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외지인이 몰고 올 투자 바람에 동네가 시끄러워질까 걱정하는 모습이었다.

양지리 주민 최모(66)씨는 "땅값 올라서 좋을 거라는 얘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경기도 파주 같은 곳이나 들썩이지 여기는 잠잠하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그냥 평생 조용히 농사나 짓고 싶지, 괜히 외지 사람들이 땅값 올려놓는 것은 반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5일 당정 협의를 거쳐 수도권을 포함해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여의도 면적 116배인 3억3천699만㎡로, 1994년 17억1천800만㎡를 해제한 이후 24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보호구역 해제지역 63%는 강원도, 33%는 경기도로, 주로 군사시설이 밀집한 접경지역이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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