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의 레드카드 한장에 서울 웃고 부산 울었다

입력 2018-12-06 22:50
심판의 레드카드 한장에 서울 웃고 부산 울었다

전반 42분 부산 권진영 퇴장에 승강 PO 1차전 흐름 돌변



(부산=연합뉴스) 고미혜 기자 = 전반 42분 하프라인을 넘어 공을 몰고 가던 FC서울 윤주태가 부산 아이파크 권진영의 태클에 걸린 후 발목을 감싸 쥐고 넘어졌다.

달려온 주심은 권진영을 향해 바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고, 곧바로 레드카드까지 내밀었다. 전반 21분 이미 한 차례 경고를 받은 권진영은 전반전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퇴장당했다.

바로 앞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최윤겸 감독 등 부산 벤치를 고개를 떨궜다. 1만 명 이상 운집한 부산 홈 관중은 아쉬운 탄성을 쏟아냈다.

이 레드카드 한 장은 프로축구 K리그1(1부 리그)과 K리그2(2부 리그)의 갈림길에서 만난 FC서울과 부산의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변수였다.

6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PO 1차전이 서울의 3-1 완승으로 끝난 후 최용수 서울 감독은 "선제 실점 이후 경직됐으나 퇴장 이후 좋은 상황을 만들었다"고 했다.

최윤겸 부산 감독도 "전반전에 경기를 잘 운영했는데 퇴장으로 인해 홈 3실점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며 "경기 전 인터뷰에서 퇴장 변수를 걱정했는데 말이 씨가 됐다"고 아쉬워했다.

실제로 퇴장 전후 경기의 흐름은 극명히 갈렸다.



전반전은 부산이 우세했다.

홈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부산은 지난 1일 플레이오프 대전 시티즌전 승리의 여세를 몰아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 된 서울은 부산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좀처럼 전진하지 못했다.

전반 22분 서울이 손도 못 써보고 얻어맞은 부산 호물로의 선제골은 무기력한 서울의 분위기를 더욱 위축시켰다.

그러나 중앙 수비수 권진영의 퇴장으로 부산의 스리백이 무너지며 서울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전반 종료 직전 서울 윤종규의 위협적인 슈팅은 그 서막이었다.

살아난 서울은 후반전 박주영과 에반드로를 차례로 투입했다.

후반 13분 조영욱이 천금 같은 동점 골을, 후반 33분 고요한이 귀중한 역전 골을 터뜨린 데 이어 후반 43분 정현철의 든든한 쐐기 골까지 나왔다.

이번 시즌 내내 골 가뭄에 시달린 서울이 1점, 1점이 소중한 승강 플레이오프 원정경기에서 3골이나 수확한 것이다.

전반전 내내 수심 깊은 표정이던 최용수 감독은 정현철의 득점 이후에야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두 팀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다시 만난다.

지금까지 5번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승자가 결국 플레이오프 승자가 된 것이 네 차례나 된다. 나머지 1번 2016년 강원FC와 성남FC의 승강 PO에선 1차전 0-0 무승부였다.

반대로 말하면 1차전 패배 이후 2차전 역전을 이뤄낸 팀은 아직 하나도 없다.

그러나 1차전에서 이기지 못하고도 PO 승자가 된 2016년 강원의 사령탑이 지금의 최윤겸 부산 감독이라는 점에서 그가 첫 '뒤집기'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