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원한파] '억대연봉+안정성' 금융사 황금 일자리 줄어든다
인터넷·모바일뱅킹 비중 50% 육박…점포·CD·ATM도 감축 추세
(서울=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억대 연봉에 안정성까지 최고의 직장으로 꼽히는 금융회사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 등을 통한 금융거래가 늘어나면서 사람이 해야 할 일이 줄어드는 탓이다. 기술 진보라는 시대 조류를 되돌리거나 고용을 할당하는 식의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런 현상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을 보면 은행권 일자리 총량이 2년 반 동안 5천개 가까이 줄었다.
올해 6월말 기준 19개 국내은행 총임직원 수는 11만360명으로 2015년말(11만5천322명) 대비 4천962명이 적다.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상황이 더 심각하다.
수협은행이 설립되면서 은행권 일자리가 1천820개 늘어난 점, 특수은행인 기업은행[024110]이 직원을 514명 늘린 것을 감안하면 시중은행은 일자리 감소 속도가 더 빠르다.
국민은행이 일자리를 3천482개나 줄였고 하나은행 1천653개, 우리은행[000030] 1천234개, 신한은행 847개, 농협은행 628개 순으로 감소했다. 5대 시중 은행이 모두 일자리를 줄인 것이다. 대개는 희망퇴직 형태였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 총 임직원수는 2만7천309명→2만5천483명으로 1천826명 줄었다.
손해보험사 임직원수가 3만2천327명→3만2천965명으로 638명 늘었을 뿐 신용카드사도 1만1천141명→1만947명으로 194명 줄었다.
금융권은 선호도가 높은 대표적인 양질의 일자리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SC제일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직원 보수는 평균 4천750만원에 달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1억원에 육박한다. 직원들의 평균 재직기간도 15.6년으로 매우 안정적이다.
대부분의 제조업체는 급여나 재직기간 모두에서 금융권에 미치지 못한다. 금융권 일자리는 작업 환경이 위험하지 않고 회사가 망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하는 만큼 예금보험 제도와 공적자금 등 안전판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 일자리는 점차 필요성이 사라지고 있다.
한국은행 집계를 보면 6월말 기준 금융소비자의 인터넷뱅킹 이용은(자금 이체+대출신청)은 53조28억원, 1억1천664만건에 달한다.
창구 방문거래가 인터넷뱅킹으로 옮겨가는 추세가 반영된 수치다.
올해 2분기 입출금 및 자금 이체 거래 건수 기준으로 본 채널별 업무처리 비중이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 포함)이 49.4%로 50%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창구 거래는 1/5에도 못 미치는 8.8%다.
변화 속도도 가파르다. 입출금 및 자금이체 거래에서 인터넷뱅킹 비중은 지난해 6월 기준 41.1%로 최근 1년간 8.3%포인트가 늘었다. 같은 기간 창구 거래는 10.6%에서 1.8%포인트 줄었다.
조회서비스 이용 건수로 보면 인터넷뱅킹이 84.1%로 창구(9.8%)보다 8배 이상 많았다.
이런 영향을 받아 은행들은 점포는 물론이고 CD·ATM까지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은행 점포는 총 6천768개로 약 5년 전인 2013년 말의 7천652개보다 884개(11.6%) 줄었다.
같은 기간 CD·ATM과 같은 무인자동화기기도 5만5천513개→4만3천831개로 21% 감소했다.
점포가 줄어드니 점포에서 일할 인력이 덜 필요하고 CD·ATM를 관리할 사람도 점차 감소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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