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독수리훈련 유예에 두 시선…'긴장완화' 對 '연합방위약화'

입력 2018-12-06 16:18
내년 독수리훈련 유예에 두 시선…'긴장완화' 對 '연합방위약화'

軍 "美참여 무관하게 국군훈련 계획대로"…비핵화 순탄시 8월 훈련도 조정 가능성

"판 깨지지 않는한 美전략무기 한반도 전개 안할듯"…소규모 연합훈련은 계속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한미 국방 당국이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한미연합 독수리훈련(FE)을 사실상 '유예'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북핵 협상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과 함께 연합방위 태세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현재 한미는 내년 연합훈련 방향 설정 등에 대한 고위급 및 실무급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데, 일단 4월로 예정된 독수리훈련에는 미군이 불참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미군이 불참하면 독수리훈련의 이름으로 연합훈련은 시행되지 않고, 이 기간에 한국군 단독의 실기동훈련(FTX)만 실시된다.

독수리훈련은 한미 연합전력이 참가하는 실기동훈련을 말하는 데 내년의 이 훈련에 미군 전력이 참가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독수리훈련은 자연스럽게 유예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정부의 한 소식통은 6일 전했다

이에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안보 상황이 급반전된 분위기를 지속 유지하고 북미 협상에 동력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저강도 훈련 등의 군사적 조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유사시를 대비해 한미 양국 군이 자주 손발을 맞춰야 하는 데 연합훈련이 계속 유예되면 한미동맹의 근간인 연합방위태세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에 군 당국은 대대급 이하의 부대별 소규모 연합훈련은 계획대로 진행이 되고 있고, 한국군 단독 훈련은 정상대로 이뤄지고 있어 군사대비태세나 연합방위태세에 심각한 영향은 주지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필립 데이비슨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도 지난날 29일(현지시간)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관련 콘퍼런스에 화상으로 참석해 질의·응답 과정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유예가 한국의 준비태세 역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8월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취소로 인해 어떠한 영향도 겪는 게 없다"면서 "그로 인한 타격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병력과 장비가 실제 기동하는 훈련인 내년 독수리훈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사실은 이미 예고된 바 있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알링턴의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에게 "독수리훈련은 외교를 저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진행하도록 조금 재정비되고 있다"면서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난 10월 3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제50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회의가 열린 이후 양국 국방 당국이 내년에 진행할 연합훈련의 전체적인 방향을 협의하고 있는 과정에서 나왔다. 미국이 한미연합훈련의 '키'를 쥐고 있는 만큼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실제 정책으로 실행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SCM 이후 진행돼온 한미 국방 당국 협의 과정에서 미측은 내년 4월로 예정된 실기동훈련에 전력을 보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군 단독의 FTX를 검토하는 것은 미국의 이런 의사 표시 때문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국방부는 "아직 한미 간에 어떤 결정도 내려지지 않았다"라며 신중한 반응을 나타내고 있으나, 군내에서는 미국의 의사 표시대로 결정되어 곧 발표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미 정상회담과 비핵화 대화 견인이란 큰 틀에서 독수리훈련 유예를 검토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북한이 최근 매체를 통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계속해서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에 크게 신경을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5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조선반도(한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자면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군사행동을 중지하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지난 2일에는 대외선전 매체 '메아리'를 통해 '크든 작든' 어떤 형태의 한미연합훈련도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최근 지속해서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미는 실기동훈련인 독수리훈련은 유예하더라도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진행되는 지휘소연습(CPX)인 키리졸브연습(KR)은 정상적으로 진행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KR은 한미연합사령부 '작전계획 5027' 등을 적용해 컴퓨터 워게임 형식으로 진행되는 연합훈련이다.

지난 4월 KR 때 미군 1만2천200여명이 참가했다. 올해 독수리훈련에는 해외 증원전력을 포함한 미군 1만1천500여명과 한국군 약 30만명이 참여했다.



올해 들어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2개의 한미 해병대연합훈련(KMEP·케이맵), 대규모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 훈련 등의 대형 한미 연합훈련이 중지 또는 연기됐다.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언급한 이후 지난 8월 예정됐던 UFG연습이 시행되지 않았다. 한미 해병대의 KMEP는 올해 19회가 예정됐으나 11회만 시행됐다.

비질런트 에이스훈련은 이번 SCM 회의에서 실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됐다. 이 훈련은 2015년부터 매년 12월 시행되는데 작년 12월에는 스텔스 전투기를 포함한 한미 공군 270여 대의 항공기가 참가했다. 훈련 내용이 공세적이어서 북한에는 큰 위협이 된다.

비질런트 에이스가 실시되지 않으면서 한국 공군 단독으로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전투준비태세종합훈련이 진행된다. 참가 전력은 동일한 훈련 규모와 비교할 때 대폭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규모 항공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도 2월에서 4월로 연기되어 시행된 바 있다. 애초 B-52 폭격기 2대가 참가할 계획이었으나 취소됐다. 한미 전투비행대대 전술과 연합작전 능력 향상을 위해 시행되는 쌍매훈련(Buddy Wing)도 이달 5~9일 예정됐으나 12월로 연기된 상황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전체적인 판이 깨지지 않는 한 미군 전략무기가 한반도에 출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북미간 비핵화 대화 등이 계속해서 진전을 보인다면 내년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에도 영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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