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 디즈니 탄생 117주년 맞아 美시카고 생가 복원 기념 행사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디즈니 왕국'을 건설한 미국의 기업가 겸 애니메이션 작가, 제작자, 성우, 영화 감독이었던 월트 디즈니(1901~1966) 탄생 117주년을 맞아 그의 고향 시카고에서 특별 행사가 열렸다.
5일(현지시간) 시카고 언론에 따르면 디즈니의 생일인 이날 오후 5시, 시카고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약 8km 떨어진 허모사 지구 소재 디즈니 생가 앞으로 인근 닉슨 초등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디즈니 팬들과 디즈니 영화 출연 배우, 후손 등 축하객이 모여들었다.
이 집은 지난 2013년, 테마파크 개발사업을 하는 브렌트 영과 디나 베너든 부부가 사들여 5년에 걸친 복원 공사를 진행한 후 디즈니 탄생 기념 행사와 함께 공개했다.
디즈니의 후손 로이 P.디즈니(61)와 특별 게스트 미키 마우스가 리본 커팅을 했고, 참석자들은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고 케익의 촛불을 끈 뒤 복원된 집 내부를 차례로 둘러봤다.
연면적 148㎡의 이 작은 2층 집은 125년 전인 1893년, 디즈니의 아버지 일라이어스와 어머니 플로라가 800달러(약 90만 원)를 들여 세웠다. 목수였던 일라이어스가 플로라의 설계대로 집을 지었다.
이 곳에서 '디즈니 브라더스 스튜디오' 공동 설립자인 형 로이(1893~1971)와 디즈니가 차례로 태어났고, 부모와 5남매는 1906년까지 살았다. 디즈니 가족은 이후 미주리, 캔자스로 거쳐를 옮겼다가 1917년 다시 시카고로 돌아왔다.
로이 P.디즈니는 복원된 집 안을 둘러보면서 "놀라울 정도의 영감을 준다"며 "이 집 안방에서 플로라가 산파도 없이 세 자녀를 낳았고, 5남매가 북적이며 자란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디즈니 가족이 평범한 노동자 계층이었지만,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적극적이었다며 "5남매 중 넷째였던 디즈니는 가족들이 재능을 알아봐 준 덕분에 어려서부터 방과 후와 주말이면 미술 수업을 받으러 다녔다"고 전했다. 디즈니는 시카고 맥킨리 고등학교(1954년 폐교) 재학 중 시카고 미술대학(SAIC)의 전신인 시카고 예술아카데미에서 미술 수업을 들으며 상업용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기념 행사에 참석한 베너든은 "이 집을 처음 찾았을 때, 부동산 매물로 나와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 특별한 곳을 그냥 방치해둘 수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시카고 시의회는 디즈니 생가를 명소로 지정하는 방안을 여러차례 검토했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건축 구조상 별 특징이 없다는 것이 한가지 이유였고 디즈니가 반유대주의자, 극우 보수주의자였다는 일각의 주장도 영향을 미쳤다.
영은 "오리지널 설계도를 찾아 집 내부를 원형에 가깝게 복원했다"며 "100여년간 여러 주인을 거치면서 더해진 부분은 모두 없앴고, 현관 앞에 원래 있던 지붕 있는 공간(porch)은 다시 만들어 넣었다"고 설명했다.
베너든은 "디즈니와 지금 이 동네에 사는 어린이들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면서 "이곳은 아직도 평범한 노동자 계층의 동네이고, 디즈니 생가는 '누구든 포기하지 않고 꿈을 좇으면 이룰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화려한 디즈니 테마 파크와는 전혀 다른 이곳이 또다른 창의력을 고무하는 장소가 되길 기대했다.
영과 베너든 부부는 이 집을 우선 특별 행사에 활용하고, 기금이 마련되는 대로 일반에 상시 공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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