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 협력사 돕고 경쟁사 누르려 유저 개인정보 사용했다
내부문건 폭로…판매까지 검토·사생활 보호를 걸림돌로 간주
페북 "사실 오도하려 선별한 자료…개인정보 안 판 게 사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페이스북이 협력사를 키우고 경쟁업체를 견제하는 데 유저 개인정보를 쓴 정황이 포착됐다.
로이터, AP통신에 따르면 페이스북의 이런 행태는 영국 의회 미디어·문화 위원회가 5일(현지시간) 공개한 페이스북 내부 이메일과 다른 문건에서 드러났다.
이들 문건을 보면 페이스북 임원들은 개인정보를 값진 자원으로 여기며 다른 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는 데 자주 사용했다.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인 마크 저커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셰릴 샌드버그는 이들 사안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커버그는 2015년 한 대화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돈을 주고 페이스북의 유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정보는 페이스북과 공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사람들이 (분석한 자료를) 페이스북과 공유하지 않고 그 콘텐츠가 우리 네트워크의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개인정보가 실제로 팔린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으며 페이스북은 자료를 팔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숙박공유 서비스업체 에어비앤비,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 영상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를 협력사로 삼았다.
페이스북은 협약을 통해 '화이트 리스트'에 오른 이들 업체가 유저 데이터에 접근하도록 특혜를 줬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자사에 위협이 될 수 있는 다른 업체들에는 데이터 접근을 봉쇄했다.
페이스북은 트위터가 2013년 동영상 앱인 바인을 공개했을 때 트위터의 페이스북 친구 데이터 접근을 차단했다.
당시 페이스북 임원인 저스틴 오소프스키는 이메일에서 "반대가 없다면 그들의 친구 자료 접근을 오늘부터 폐쇄하겠다"고 말하자 저커버그는 "그래, 그렇게 추진하라"고 답변했다.
페이스북이 더 많은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했고 사생활 보호가 자사의 성장과 활동에 걸림돌이라고 봤다는 정황도 나왔다.
한 이메일에서 직원들은 유저들의 전화 명세를 기록하는 안드로이드 앱을 업데이트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을 피할 방안을 논의했다.
직원인 마이클 르보는 2015년 이메일에서 "기업 이미지에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성장전략팀이 밀고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페이스북의 이메일과 내부문건은 2012년부터 2015년 사이에 작성된 것들이다.
페이스북은 수집한 개인정보를 어떻게 관리할지, 구축된 자료로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할지 연구하며 이 시기에 폭발적 성장을 구가했다.
이번에 공개된 문건은 그간에 떠돌던 의혹을 뒷받침하는 것들인 만큼 페이스북 비판론자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론 와이든(민주·오리건) 미국 상원의원은 "이런 종류의 계략이 바로 위증에 대한 강력한 징벌을 앞세워 기업들이 우리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고 공유하는지 정확히 밝히도록 강제해야 할 이유"라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재판 과정에서 망신을 주고 사실을 오도하려고 선별적으로 공개된 문건들이라고 이번 논란을 해명했다.
영국 의회는 페이스북과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는 앱 개발업체 '식스포스리'(Six4Three)로부터 문건을 제출받았다.
페이스북은 "다른 어떤 기업과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 플랫폼으로 지속가능한 사업모델을 어떻게 구축할지 여러 방안에 대해 많은 내부 대화를 나눈다"며 "우리가 사람들의 자료를 팔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페이스북 플랫폼이 오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간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고 항변했다.
페이스북은 거짓 정보나 가짜뉴스의 확산을 부추긴다는 오명뿐만 아니라 유저들의 개인정보를 적절히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저커버그와 샌드버그는 두 문제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도마 위에 오른 상태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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