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大法 "미국에 있는 '게티 청동상' 반환돼야"

입력 2018-12-06 10:40
이탈리아 大法 "미국에 있는 '게티 청동상' 반환돼야"

게티 박물관, 즉각 거부 입장 밝혀… "지금이나 이전이나 이탈리아 유물 아냐"

(서울=연합뉴스) 박세진 기자 =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게티 박물관에서 인기를 끄는 전시 유물인 '게티 청동상'이 이탈리아에 반환돼야 한다는 이탈리아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그러나 게티 박물관은 이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 실제 반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6일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대법원은 최근 게티 박물관이 소장한 '게티 청동상'의 이탈리아 반환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기원전 3세기에서 1세기 무렵 그리스 조각가 리시포스(Lysippos)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이 청동상은 월계관을 쓴 청년을 형상화해 '승리의 청년상'(Statue of a victorious Youth)으로 불린다.

게티 박물관이 이 청동상을 1977년 독일인 미술 거래상인 헤르만 하인츠 헤르저에게서 약 400만 달러(40억원)에 사들여 전시해 인기를 끌면서 '게티 청동상'이란 별명을 갖게 됐다.



1964년 이탈리아 아드리아해(海)의 페사로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발견한 이 청동상은 몇 차례 골동품 거래상의 손을 거쳐 마지막으로 게티 박물관 측에 팔렸다.

'석유왕'으로 불리는 진 폴 게티(Jean Paul Getty)가 세운 게티 박물관은 그리스·로마 유물 전문 박물관으로 통할 정도로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유물 수집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게티 박물관은 이 청동상을 손에 넣기 위해 최초로 발견한 어부들에게 이탈리아 유물 수집상이 줬던 돈(약 5천500달러)의 800배에 육박하는 거금을 썼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이 청동상이 자국에서 밀반출돼 거래되는 과정에서 게티 박물관 측이 불법적으로 취득하게 된 것이라며 1989년 처음으로 반환을 공식 요청하고 거부당하자 소송전에 들어갔다.

이에 게티 박물관이 순순히 응할 리가 없었다.

게티 박물관은 압류 판결을 내린 2010년의 이탈리아 하급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결국 이탈리아 대법원은 게티 박물관 측 상고를 기각하고 이번에 반환 판결을 확정 지었다.

페사로 지방검찰청의 실비아 체키 검사는 "이번 판결은 이탈리아 사법 체계에서의 종국 결정"이라며 "리시포스 청동상(게티 청동상)은 반환돼야 한다"고 말했다.

알베르토 보니솔리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도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유물 중 하나를 되찾을 권리를 인정받아 기쁘다"며 조속한 반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처를 취하라고 미국 당국에 촉구했다.

이탈리아의 저명한 예술평론가인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까지 보내 반환에 힘써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게티 박물관은 이탈리아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반환 가능성을 즉각 일축했다.

게티 박물관은 성명을 통해 이 청동상은 공해상에서 발견됐던 것이라며 지금은 물론이고 이전에도 이탈리아의 문화유산이었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게티 박물관 측은 "이탈리아 국민이 우연히 발견했다고 해서 이탈리아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2천년 동안 이탈리아 영해 밖의 바닷속에 있다가 나타난 이 청동상은 이탈리아와는 "순식간의 우연한 인연"(fleeting and incidental connection)을 맺고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게티 박물관은 정당하게 돈을 주고 매입한 데다가 수많은 사람이 게티 청동상을 보러 오는 만큼 공익 관점에서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에서 반환 운동을 이끌어온 단체(Le Cento Citta)의 트리스타노 토니니 변호사는 "게티 박물관은 밀반입되고 불법 수출된 유물을 매입하고 있음을 항상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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