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법원, 성폭행범 솜방망이 처벌 원심 유지…여성계 반발
폭력이나 위협 없었다며 '가벼운' 성적 학대죄 유지…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 스페인 항소법원이 2년전 10대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5명의 남성에 대해 강간죄보다 형량이 가벼운 '성적 학대죄'를 적용한 원심을 유지해 다시 논란이 일고 있다.
스페인 나바라 항소법원은 피해 여성에 대한 위협이나 협박이 없어 원심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고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이번 재판은 2016년 7월 북부 도시 팜플로나의 소몰이축제 기간에 이 남성들이 당시 18세 여성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에 대한 항소심이다.
전직 경찰관과 군인 등이 포함돼 이른바 '늑대 떼'라고 자칭한 이들은 원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고 2개월 뒤 보석금을 내고 풀려나 스페인 전역에서 수만 명의 여성이 시위하는 등 지탄의 대상이 됐다.
항소법원은 피해 여성이 성행위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점은 증명이 되고, 5명의 남성은 성범죄를 저지르려고 우월한 지위와 환경을 이용했다는 점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명백히 우월한 상황을 남용하는 것이 그 자체로 협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어떠한 폭력적인 행동이 행해졌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는 해석을 내렸다.
항소법원은 피해 여성은 일종의 '소극적 고통'(passive suffering)을 겪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을 겁주기 위한 위협이나 행동의 확실한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스페인 형사법에서 강간죄는 폭력과 위협이 있어야 성립된다.
원심법원은 성폭력 당시 남성들이 촬영한 동영상을 근거로 사건 당시 피해자가 수동적인 태도로 내내 눈을 감은 채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22년형을 구형했었다.
가해 남성들은 휴대전화로 범행 장면을 찍어 메신저인 왓츠앱에 '늑대떼'라는 타이틀을 달아 대화방에 올리며 자랑하기도 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남성들의 변호인측은 "6명의 성인의 동의하에 성관계를 맺은 것"이라면서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호세바 아시론 팜플로나 시장은 "사법부 일각과 사회와는 분명히 명백한 갭(gap)이 존재한다"며 팜플로나 시민 전체가 피해 여성의 상고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마드리드를 포함한 일부 도시에서는 항소심 판결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한편, 원심 판결 이후 가부장적인 문화로 사법부가 성폭력에 관대하다는 여론과 함께 시위가 거세게 일자 스페인 정부는 형사법 조항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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