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부시 "당신은 멋진 아버지"…존경과 유머로 마지막길 배웅

입력 2018-12-06 05:05
수정 2018-12-07 10:16
아들 부시 "당신은 멋진 아버지"…존경과 유머로 마지막길 배웅

장례식 추도문 낭독…"하늘에서 어머니 손 잡고 있을 것"

"두번 죽을뻔 했는데 신이 다른 계획 있어서였다"…유머섞어 추모객에 웃음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지난 금요일, 아버지가 사실 날이 몇 분밖에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걸었습니다…저는 '아버지, 사랑해요. 당신은 아주 멋진 아버지(wonderful dad)였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은 '나도 사랑한다'였습니다."

5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립성당에서 치러진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서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 낭독을 위해 단상에 올라 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이렇게 전했다.

그는 "아버지, 우리는 정확하게 그리고 그 이상으로 당신을 기억할 것이고 그리워할 것"이라며 "당신의 품위, 성실, 친절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힘을 줬다.

또 "역사는 아버지를 위엄있고 명예롭게 직무를 수행한 위대한 인물이자 신사로 기록할 것"이라고 고인을 기렸다.

부시 전 대통령은 고인을 위대한 대통령이자 자랑스러운 아버지로서뿐 아니라 사랑스러운 남편과 할아버지의 역할 모델로서도 칭송했다.

그는 "아버지는 3살 때 백혈병으로 죽은 딸(로빈)을 위해 매일 기도하고 그를 안아주고 싶어했다"라면서 "지난 4월 어머니(바버라 부시 여사)가 돌아가셨을 때는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슬픔 속에서도 고인의 행적을 유머러스하게 전해, 장례절차로 숙연하고 무거운 공간에 웃음이 번지게 했다.

그는 "아버지는 10대에 포도상구균에 감염돼 죽을 뻔했고, 몇 년 뒤 군 복무 시절에는 구조대원들이 자신을 찾길 기도하며 태평양에서 혼자 구명보트를 타고 있기도 했다"며 "신은 그 기도에 응답했는데, 조지 H.W. 부시에 대한 다른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미국의 41대 대통령이 될 운명 때문에 두 번이나 '젊어서 죽을' 뻔 했으나 살아남았다는 의미다.

또 "아버지는 우리에게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그러나 완전히 완벽하진 않았다"면서 "그의 (골프) 쇼트 게임과 춤 실력은 형편없었다. 이 남자는 채소를 못 먹었는데, 이 유전적인 결함은 우리에게 전달됐다"고 말해 추모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문 말미에는 가슴이 뭉클해 목이 멘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르며 "슬픔 속이지만 이제는 웃읍시다"라며 "아버지는 로빈을 안고, 어머니의 손을 다시 잡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추도사를 마치고 내려오며 아버지가 잠든 관을 손으로 두 번 두드리며 자리로 돌아갔다. 이때 부인 로라 여사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k0279@yna.co.kr

[로이터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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