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경매절차 중 회생절차 시작하면 배당결정대로 배당못한다"
"회생절차에 따라서만 변제 가능"…배당받은 돈 부당이득으로 반환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근저당권에 따른 경매절차가 진행돼 채권자가 배당을 받기로 결정됐더라도 배당기일 전에 채무자 회생절차가 시작됐다면 채권자는 배당결정대로 배당을 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경매절차 중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경매가 효력을 상실하므로 채권자는 배당절차가 아닌 회생절차에 따라서만 변제를 받을 수 있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사가 하나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근저당권 실행으로 경매절차가 개시돼 부동산이 매각돼 대금이 납부됐으나 배당기일이 열리기 전에 채무자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면 근저당권자는 회생절차개시 당시 근저당권으로 담보되는 범위 내에서 회생담보권의 권리를 가지는 회생담보권자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근저당권자도 회생담보권자가 되므로 회생절차에 따라 신고를 해야 채권을 변제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생채권을 신고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당받은 돈은 부당이득이 돼 돌려줘야한다.
A사 소유의 부동산에 채권액 12억9천만원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하나은행은 2013년 12월 법원에 임의경매를 신청했다. 경매절차 결과 2014년 10월 하나은행이 매각대금에서 10억8천여만원을 배당받는 것으로 배당표가 작성됐고, 배당기일은 2014년 12월 23일로 정해졌다.
하지만 A사가 2014년 11월 24일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12월 16일 경매절차 집행중지 신청을 법원에 내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법원은 A사의 신청에 따라 배당기일에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고, 하나은행을 피공탁자로 해 10억8천여만원을 공탁한 뒤 하나은행의 공탁금 발급신청을 거절했다.
이후 하나은행이 2015년 9월 법원의 공탁금 발급거부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공탁금을 내주자 A사가 "하나은행이 회생담보권을 신청하지 않아 채권에 관한 책임이 면제됐다"며 공탁금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냈다.
1·2심은 "회생절차 개시결정 이후에 배당절차를 진행해 배당을 실시하는 것은 무효인 집행행위에 해당한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1심은 부당이득액을 10억8천여만원으로 인정했지만, 2심은 9억8천만여만원만 인정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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