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덕 노동자로부터 자본가를 지켜라'…무협코미디 '호신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공장주 가족의 몸은 마치 탐욕을 두른 듯 비대하다.
상대적으로 왜소하나 실제로는 정상 체구를 지닌 주변 인물들은 공장주 가족을 돕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비웃고 골탕 먹인다.
걷는 것도 힘든 공장주 가족은 노동자들의 투쟁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고자 호신술을 배우려 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1931년 발표된 '호신술'은 여러 공장을 운영하는 자본가 김상룡과 그의 가족이 노동자 파업에 대비해 호신술을 배우는 과정을 담는다.
노동자 계급을 대변하는 카프(KAPF·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작가 송영의 대표작으로, 1930년대 세계공황 당시 자본가와 노동자 간 대립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연극은 김상룡 가족의 건강검진을 위해 응급 환자의 진료를 미루고 달려온 의학박사, 호신술 지도 중 오히려 김씨 가족을 다치게 하는 체육가 등을 등장시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뚜렷하게 전달한다.
입에 음식을 머금고 말하느라 이해하기 힘든 공장주 가족의 말은 변호사가 대신 전하는 등 현실을 풍자하는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가득하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메시지 역시 재치 있게 그린다.
극장 스태프가 직접 무대에 등장해 배우에게 와이어를 걸고, 하인 역을 맡은 배우들이 직접 조명 기기를 조종하는 등 실제 극장 안에서 벌어지는 노동 장면이 극 일부로 펼쳐진다.
'호신술'은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열 번째 작품으로, 제5회 대한민국연극대상에서 작품상을 받은 윤한솔이 연출을 맡아 무협코미디로 풀어냈다.
작품의 풍자와 해학을 부각하는 방법으로 무술과 와이어 액션을 택한 윤 연출은 "얼핏 우스꽝스럽고 어색하게 보이는 연극적 장치를 통해 작품이 가진 해학적인 요소를 최대한 강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가 계층을 상징하는 공장주 가족은 배우 신재환, 박가령 등이 연기하며 대척점에 선 노동자 계층에는 배우 이영석 등이 캐스팅됐다.
국립극단은 "노동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이뤄지는 현 시대에 '호신술'은 노동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질문할 뿐만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24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하며, 티켓 가격은 전석 3만 원이다. ☎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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