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성난 여론에 줄줄이 정책 U턴…주말 노란조끼집회 '분수령'(종합2보)
유류세 인상 중단에 이어 폐지하다시피한 부유세 부활도 검토키로
유류세 반년 동결 후 인상 완전중단도 검토…거주세인하 카드 '만지작'
노란 조끼 측 "대책 미흡" 집회 이어가기로…佛 최대 농민단체도 가세 '첩첩산중'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이른바 '노란 조끼' 집회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급속도로로 악화하자 사실상 폐지한 부유세의 부활을 검토하기로 하는 등 그동안 내놓은 정책들을 줄줄이 중단시켰다.
부유세 부활 및 탄소세 인상 중단 검토 등 일련의 정책 'U턴'은 '노란 조끼'(Gilets Jaunes)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방편으로 부랴부랴 제시됐지만 여론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특히 노란 조끼 측이 주말인 오는 8일 파리 중심가 등 전국에서 대규모 집회를 또 열 예정이어서, 프랑스의 정국 혼란은 이날을 기점으로 중대한 분수령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벤자맹 그리보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RTL 라디오에 출연해 부유세(ISF)를 부동산 자산과 고급 미술품 거래 등에 한정한 정책의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부유세를 대체한 부동산자산세(IFI)에 대해 그는 "정책이 별 효과도 없고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그것을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부유세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개편한 것"이라면서 "돈이 중소기업의 혁신·고용에 흘러 들어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효과도 없다고 판단되면 논의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ISF를 폐지하고 IFI로 대체한 것을 철회하는 것, 즉 부유세의 부활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작년에 부유층과 외국 투자자들의 투자 촉진을 내세워 기존의 부유세(ISF)를 부동산자산세(IFI)로 축소 개편하면서 사실상 부유세를 폐지했다.
부유세는 1980년대 사회당 정부가 분배정책의 주요 수단으로 도입한 세목으로, 프랑스에서는 작년까지 130만 유로(17억원 상당)가 넘는 자산을 보유한 개인에게 부과됐다.
그러나 마크롱 정부는 이런 부유세를 부동산 보유분에만 부과하기로 하고 자산에 대한 투자지분 역시 과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부유세가 부동산자산세로 축소 개편되면서 부유층이 소유한 요트, 슈퍼카, 호화 귀금속 등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되자 좌파진영과 서민계층은 이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마크롱이 '부자들의 대통령'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바로 이 부유세 축소개편이었다.
그리보 대변인은 부유세 부활 검토에 대해 "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18∼24개월은 지켜봐야 한다"며 당장 부유세 개편을 재검토할 수는 없고 내년 가을 의회 심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전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가 발표한 '유류세 인상 6개월 유예' 조치와 관련해서는 "해법을 찾고 있지만 논의 끝에 좋은 해결책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년 뒤 유류세의 인상을 완전중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필리프 총리는 노란 조끼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자 4일 대국민 담화에서 유류세 추가인상 반년간 유예, 가스·전기요금 동결,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강화 유예 등을 내놓은 바 있다.
총리실의 한 당국자는 공영 AFP통신에 "정부가 쥐고 있는 모든 패를 꺼낸 것은 아니다"라면서 여론 진정을 위해 거주세 인하 카드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1968년 4∼5월의 학생·노동자 투쟁이었던 이른바 '68혁명' 이후 가장 격렬한 시위로 평가되는 이번 '노란 조끼' 시위에서는 유류세 등 탄소세의 인하 요구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 부유세 부활 등의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
백기 받아낸 '노란조끼' 시위, '마크롱 퇴진' 요구/ 연합뉴스 (Yonhapnews)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정 지지율이 23%까지 추락한 마크롱은 '노란 조끼'로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극우·극좌성향의 소수 야당으로부터 국회 해산 요구에까지 직면해 있다.
프랑스 정부가 다양한 여론 진정책들을 내놓은 상황에서 토요일인 오는 8일로 예고된 대규모 노란 조끼 시위는 현재의 프랑스 정국 불안의 향방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란 조끼' 측이 정부의 대책들이 미흡하다면서 대규모 집회를 계속 이어갈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프랑스 최대 농민단체인 FNSEA도 다음 주부터 매일 집회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농민들은 프랑스 정부가 농업인들의 소득증대를 위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제와 소매점의 할인판매 제한제를 미루기로 하자 이에 반발해 대규모 집회참여를 결의했다. 또 두 곳의 화물트럭 노조도 노란 조끼에 동조해 연대파업을 결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내무장관은 오는 8일 집회에 참여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내무장관은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오는 8일 집회현장에 경찰력을 증강 배치할 것이라면서 "분별 있는 노란 조끼 시민들은 이번 토요일엔 자택에 머물러 달라"고 말했다.
마린 르펜과 장뤼크 멜랑숑 등 극우·극좌 포퓰리즘 성향의 야당 대표들이 노란 조끼의 시위 계속 방침에 지지를 보내며 국회 해산 등을 주장하는 것과는 반대로 제1야당인 공화당(중도우파)은 비상사태 선포 등 강경 대책을 요구했다.
로랑 보키에 공화당 대표는 공영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정부가 임시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집회 경비에 경찰 외에도 군인경찰대(Gendarmerie·평소 치안유지를 담당하고 전시에는 군 역할을 하는 조직)를 추가로 투입해 지난 1일과 같은 폭력시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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