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채 장단기금리차 축소…'불황마다 나타난 흉조' 논쟁

입력 2018-12-05 10:13
수정 2018-12-05 11:15
美국채 장단기금리차 축소…'불황마다 나타난 흉조' 논쟁

2년물·5년물 등 역전 이어 2년물·10년물 등 근접

"경기후퇴 전조" vs "연준 금리정책 예상에 따른 일시 현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장단기 국채의 금리 격차가 좁혀지면서 경제 전문가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단기채권의 금리 차 축소나 역전이 과거 심각한 경기후퇴 때 전조처럼 빠짐없이 나타나곤 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2년 만기, 10년 만기 채권의 수익률(금리) 격차는 0.12% 포인트 아래로 떨어져 2007년 6월 이후 최소를 기록했다.

미국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차, 5년물과 30년물의 금리 차도 각각 0.52%포인트, 0.4%포인트 수준으로 좁혀졌다.

전날 장중에는 2년물과 3년물 금리가 5년물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장기채는 단기채보다 돈을 오래 빌려주는 것인 만큼 수익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 때문에 장단기채 금리 차가 비슷해지거나 역전되는 경우에는 비상한 변수가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발생한 장단기 금리 역전이나 격차 축소를 두고 일부 전문가는 위기의 전조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이 둔화하고 미국 경기 사이클도 정점에 도달한 게 아니냐는 인식 때문에 이런 시각이 주목을 받는 면이 있다.

미국의 투자정보업체 비스포크는 1990년, 2001년, 2007년 경기후퇴 때도 유사 동향이 관측됐다고 보고서를 통해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 세 차례 불황은 미국 국채 3년물과 5년물의 금리가 역전된 뒤 평균 26.3개월 후에 발생했다.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금리 역전은 3년물과 5년물의 금리가 역전된 지 평균 89일 뒤에 처음으로 목격됐다.

비스포크의 공동 창업자인 폴 히키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3년물과 10년물 금리 차가 0.5∼1% 포인트일 때 주식시장은 호황이라고 진단했다.

히키는 "금리 차가 축소될수록 주식시장에 나쁘다"며 "금리 차가 0.5% 포인트 아래로 떨어지거나 역전되면 훨씬 나쁘다"고 주장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장단기 금리의 변화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근 행보에 대한 시장의 반응으로 해석했다.

스포트글로벌 증권의 톰 디 갈로마 상무는 FT 인터뷰에서 "연준이 경기둔화 우려에도 긴축을 계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주장했다.

갈로마는 "연준 정책에 대한 인식이 금리 역전에 추가로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향후 12∼18개월 사이에 경기후퇴가 온다는 것을 가리킨다"고 덧붙였다.

FT는 최근 주식시장 혼란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금리 인상 신중론 때문에 미국 장기채 금리가 낮아졌다고 관측했다.

단기채 금리가 높아진 까닭은 연준이 향후 기준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이달에는 또다시 0.25%포인트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라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은행 JP모건의 금리파생상품 전략가인 조슈아 영거는 "주식시장이 경종을 울리고 지표가 악화하면 연준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우리가 지금 그런 시점에 도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FT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불황 때마다 미국 국채의 장단기 금리 역전이 발생했으나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과 같은 전문가들은 이를 불황의 전조로 보는 시각을 불신하고 있다.

영거는 "수익률 곡선(미국 장단기채 금리차)이 불황을 예측하는 최고 수단이라는 견해를 지지하지 않는다"며 "차라리 자료를 더 살피겠지만 수익률 곡선은 싫거나 좋거나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마치는 쪽으로 가고 있다는 시장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CNBC방송은 연준 관리들이 수익률 곡선을 주시하고 있으나 이는 경제의 건전성을 따지는 여러 지표 가운데 하나로 참고할 뿐이라고 보도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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