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빚투 논란' 확산…"법률상으론 갚을 의무 없어"

입력 2018-12-05 06:01
수정 2018-12-05 07:58
연예인 '빚투 논란' 확산…"법률상으론 갚을 의무 없어"

연대보증·채무 상속 등만 예외…소멸시효도 존재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유명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이른바 '빚투(#빚too·나도 떼였다)' 논란이 이어지면서 이들이 부모를 비롯한 가족의 빚을 갚을 의무가 있는지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빚투 논란을 바라보는 시선은 가족의 채무 문제에 대응하는 유명인의 태도에 초점을 맞춘다. 논란 역시 도의적 평가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불필요한 논란이나 지나친 비방을 막기 위해서는 빚투 논란을 법률적으로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도 있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빚투 논란은 대부분 유명인 자신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가 과거에 진 채무의 변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두고 벌어지고 있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 등의 채무를 두고 가족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설명이다.

5일 서울회생법원 등 법조계에 따르면 부모의 빚을 자식이 갚아줘야 할 의무는 법적으로는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제13조 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형법상의 연좌제를 금지하는 동시에, 민법상으로도 타인의 행위에까지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극히 예외적인 경우로 연대보증이나 채무 상속 등이 있다.

부모가 돈을 빌릴 때 만약 자식을 연대보증인으로 세웠다면, 자식에게도 빚을 갚을 의무가 발생한다.

채무가 있는 부모가 사망한다면, 민법에 1005조(상속인은 상속개시된 때로부터 피상속인의 재산에 관한 포괄적 권리의무를 승계한다)에 따라 그 빚은 자녀에게 승계된다.

3개월 안에 한정승인이나 상속 포기를 하지 않는다면 자녀가 빚을 고스란히 갚아야 한다.

한정승인이란 상속받은 재산의 한도 내에서 빚을 책임지겠다는 뜻을 표명하는 것이고, 상속 포기는 재산과 빚의 상속 모두를 포기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현재 빚투 논란에 휩싸인 유명인들 가운데 부모의 채무에 연대보증을 섰다거나, 부모의 빚을 상속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는 없다.

따라서 연대보증이나 채무 상속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둔다면 이들에게 원칙적으로 채무를 변제할 의무가 없다고 법조계는 평가한다.

만약 이들이 연대보증이나 상속 등으로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상당수는 이미 오래전 생긴 빚으로 민법상의 '소멸시효'가 지난 경우가 많다.

소멸시효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데도 행사하지 않는 기간이 일정 시간 지나면 권리가 사라진 것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10년을 둔다.

가장 논란이 뜨거운 래퍼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례는 무려 20년 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서는 사기 혐의로 기소 중지된 마이크로닷 부모가 형사소송법 제253조 3항의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에 있는 경우'에 해당해 공소시효가 중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형사상의 공소시효와 민사상의 소멸시효는 별개로 판단되므로, 소멸시효는 중단되지 않고 끝난 것으로 평가된다.



민사상의 소멸시효도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보통 채권자가 압류나 가압류 등 강제집행 수단을 쓰거나 소송을 제기하면 소멸시효가 중단된다. 채무자가 '채무승인'으로 해석될 행위를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일단 마이크로닷 부모의 사기 피해자들이 민사상 소멸시효를 중단하는 행위를 했다고는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마이크로닷은 방송에서 하차하며 "아들로서 책임지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만약 마이크로닷에게 변제 책임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런 발언이 '채무승인'으로 해석되기는 어렵다고 법조계에서는 본다.

법원 관계자는 "채권자를 만나서 구두로라도 '어떻게 갚겠다'고 말했다면 채무승인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단순히 대중에게 말한 것만으로는 그렇게 보기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이미 마이크로닷 부모의 채무관계는 20년이 지났기 때문에, 그 이후 마이크로닷이 채무승인을 한다고 해서 끝난 소멸시효가 다시 살아나지는 않는다.

다만, 실제 기소가 이뤄질 경우 채무의 변제 여부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자발적으로 빚을 갚게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편 현재 채무 논란에 휩싸인 유명인들의 경우 상당한 도의적 비난을 받고 있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부모의 채무를 떠안아 빚의 굴레에서 허덕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 채무 연대보증에 이름을 올린 배우 박보검의 사례가 해당한다. 그는 연대보증으로 떠안게 된 빚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면책을 신청한 사실이 2016년 알려지기도 했다.

감당하지 못할 빚을 지게 됐다면 박보검처럼 법원의 회생·파산절차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회생을 신청하는 경우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 일부 채무를 순차적으로 갚아나가게 된다.

파산을 신청하면 채권자의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 파산관재인이 재산의 관리 처분권을 가지고 채권자들에게 재산을 분배한 뒤, 나머지 채무는 면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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