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에 덩그러니 놓인 캔버스가 전하는 메시지
사진작가 이명호, 갤러리현대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나무'(Tree)와 '신기루'(Mirage) 연작으로 유명한 사진작가 이명호(43)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현대에서 5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작가는 풍경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 사진이라는 매체에 개입하기 위해 흰색 캔버스를 활용한다.
'나무' 연작은 아름드리 뒤에 캔버스를 설치하고 찍은 사진이고, '신기루' 연작은 사막이나 툰드라 같은 극한 환경에 기다란 캔버스를 두고 멀리서 촬영한 작품이다.
이 같은 행위로 예술의 역할과 본질을 환기해 그의 작업에는 '사진-행위 프로젝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나무'와 '신기루' 연작 외에 전시 제목이기도 한 신작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Nothing But)를 5점 선보인다.
'어떤 것도 아닌, 그러나'는 부산 다대포와 서해안 갯벌의 광활한 풍경을 배경으로 하얀 캔버스만 덩그러니 놓았다.
이에 대해 작가는 4일 "어딘가에 캔버스를 설치한다는 점은 동일하다"면서도 "가시적으로 무언가를 드러내거나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며, 비가시적으로 어떤 것도 담고 있지 않으나 모든 것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측은 "신작에서 캔버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내비친다"고 강조했다.
전시에는 이미지 채집에 대한 욕망과 허망함을 다룬 또 다른 신작인 '9분의 층위'(9 Minutes' Layers)도 나왔다.
작가가 제주도 오름과 억새밭을 다니며 제작한 '트리' 연작 3점과 몽골·이집트·러시아에서 촬영한 '신기루' 연작 3점, 이끼 위에 놓인 돌과 흔적을 포착한 '돌'(Stone) 연작 4점도 공개했다.
출품작은 모두 20여 점. 전시는 내년 1월 6일까지. 문의 ☎ 02-2287-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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