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요' 국책사업에 3곳→24곳 쪼개져 남은 땅은 맹지
좌우 양분한 것도 모자라 분할 후 남은 땅도 배수로에 둘러싸여
복선전철사업 편입 기장군 주민 '재산손실·고통 말할 수 없어"
한국철도시설공단 "편입 관련 절차 지켰다" 해결책 모색에 난색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국책사업도 좋지만, 토지가 잘려나가고 남은 땅은 쓸모없게 됐습니다. 이로 인한 재산적 손실과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시행하는 동해남부선 복선 전철화 사업대상에 포함된 부산 기장군 장안읍 길천리 토지를 소유한 김모(84) 씨는 '땅을 팔지 말고 지켜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남편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전철화 사업으로 김씨 소유 땅 3곳이 2009년부터 수차례에 걸쳐 현재 24개 지번으로 쪼개졌고 전철화 사업 5공구와 6공구에 각각 4천111㎡와 7천49㎡ 땅이 편입됐다.
김씨는 "산 36-10번지는 전체 토지를 가로질러 6공구에 편입되면서 좌우로 양분됐다"며 "특히 분할되고 남은 한쪽 땅(1천425㎡)은 철길 옆 배수로에 둘러싸여 사실상 고립됐고 이용 가치를 잃으면서 이에 따른 재산손실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며 주장했다.
김씨는 "공단 측은 철도 건설을 위해 땅을 분할할 수밖에 없다고 하지만 남은 땅을 본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없는 맹지를 만들었다"며 "토지 분할, 평가 기준, 보상 절차 등이 모두 엉망이어서 토지소유자 입장에서는 편입된 토지의 평가 금액이 적게 나오게 하려고 하는 꼼수로밖에 안 보였다"고 문제점을 제기했다.
김씨 딸은 "철도시설뿐만 아니라 한전에서 설치한 154㎸ 송전선로와 345㎸ 송전선로도 우리 땅을 지나가고 있다"며 "국책사업이라서 모든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팔순이 넘은 어머니와 우리 가족은 이중삼중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 측은 높이 5m 이상 급경사로 남게 된 잔여지를 본래 목적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평탄화 작업을 해주고 해당 토지를 둘러싸는 배수로에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배수관을 묻어달라고 요구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복선 전철화 사업 부지 편입과 관련해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법적인 절차를 지켰다는 입장이다.
공단 측은 "해당 민원인 사정이 안타까워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잔여지 지목이 임야이기 때문에 나무를 제거하고 평탄화 작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며 "토지소유자가 형질변경을 해오면 도와주겠다고 설명했다"고 해명했다.
공단 측은 "배수로 공사는 기장군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도로에서 해당 토지로 출입이 가능하도록 진입로만 만들어 주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공사에 지장이 없고 합법적인 한도 내에서 최대한 민원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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