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출신 모드리치, 발롱도르 받기까지
크로아티아 독립전쟁 화마로 불우한 어린 시절
가족들의 지원과 강한 의지로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우뚝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화려한 기술로 중무장한 크로아티아의 중원 사령관, 루카 모드리치(33·레알 마드리드)는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조국 크로아티아는 1991년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뒤 1995년까지 유고슬라비아 인민군, 세르비아 지역군에 맞서 독립전쟁을 했다.
잔혹한 전쟁은 많은 아픔을 낳았다. 크로아티아엔 수많은 사상자와 난민이 나왔고 나라는 쑥대밭이 됐다.
어린 나이의 모드리치도 마찬가지였다.
모드리치의 할아버지는 1991년 세르비아 반군에게 총으로 사살당했다. 살던 집은 불에 타 사라지기도 했다.
모드리치는 가족들과 함께 고향을 떠나 싸구려 호텔을 전전하며 난민 생활을 했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모드리치의 가족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모드리치는 훗날 "가족들은 항상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다"라며 "워낙 어린 나이인 데다 가족들이 밝은 이야기만 해 전쟁의 아픔을 많이 느끼지는 못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축구가 모드리치에게 큰 위안이 됐다.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좁은 호텔 주차장에서 공을 차며 희망을 이어갔다.
가족들은 전쟁통 속에서도 축구를 좋아하는 모드리치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모드리치의 아버지는 크로아티아군에서 기술자로 일하며 생활비를 벌었고, 가족들은 이 돈을 아끼고 쪼개 써 모드리치를 크로아티아 NK자다르 축구클럽에 보냈다.
모드리치는 그곳에서 귀인을 만났다. 모드리치가 '제2의 아버지'라 부르는 토마슬라브 바시치 코치를 만나 무럭무럭 자랐다.
그는 입단 초기 너무 마른 체격으로 인해 많은 기대를 받진 못했지만, 특유의 체력과 많은 활동량, 창의적인 플레이로 우수한 기량을 인정받았다.
모드리치가 자신의 이름을 전 세계에 떨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2년 크로아티아 디나모 자그레브를 통해 프로 데뷔한 모드리치는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으로 이적해 빅리그를 밟았고, 2012년부터 세계 최강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 사령관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진가는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에서 나왔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숨통을 조이는 압박 플레이, 상대 수비벽을 뚫는 창의적인 플레이로 조국 크로아티아를 준우승에 올려놓았다.
특히 조별리그 아르헨티나전에서 보여준 예술 같은 중거리 슈팅은 두고두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모드리치는 2018 FIFA 올해의 선수상을 받으며 '메날두(메시-호날두)시대'에 마침표를 찍은 데 이어 4일 2018 발롱도르상까지 거머쥐었다.
그는 "최고의 순간은 절대 쉽게 오지 않는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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