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진수성찬에도 화룡점정 아쉬운 '대고려전'

입력 2018-12-03 15:19
화려한 진수성찬에도 화룡점정 아쉬운 '대고려전'

왕건상 자리엔 연꽃 작품만…"대여 논의 진전 없어"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국립중앙박물관이 힘을 다해 만들었습니다. 흠도 있겠지만, 지금 전시를 100년 이내에는 못 볼 것입니다. 센테니얼(Centennial·100년마다) 전시라고 하겠습니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은 '대고려 918·2018 그 찬란한 도전' 개막을 하루 앞둔 3일 언론공개회에서 "비판과 덕담을 포함해 사전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던 전시는 없었던 듯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배 관장은 전시를 간단히 설명하고 기획자에게 공을 돌리는 이전 공개회와는 달리 감회에 젖어 오랫동안 인사말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기획한 대고려전이 4일 드디어 일반에 선을 보인다. 지난해 1월 신년 간담회에서 고려 유물을 총체적으로 소개하는 전시를 열겠다고 발표한 지 2년 만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진 고려 문화재를 한데 모으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대고려전은 기획 단계부터 화제가 됐다.

특히 프랑스로 건너간 뒤 한 차례도 한국을 찾지 않은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이 대고려전에 맞춰 귀향할지 관심을 모았으나, 프랑스 국립도서관 측이 법제도 미비를 이유로 대여를 불허하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전시 등의 목적으로 유물이 왔을 때 압류나 몰수 조치를 못 하도록 하는 법률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아 문화재를 내어주지 않은 외국 기관은 한둘이 아니었다.

하지만 찬란한 고려 문화재 450여 점으로 꾸민 대고려전은 마치 화려한 진수성찬 같았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아름답고 뛰어난 유물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에 나온 국보와 보물이 각각 19건과 34건. 김부식이 1145년 편찬한 사서인 '삼국사기'(국보 제322-1호), 중국 송나라 문신 서긍(徐兢)이 고려를 방문하고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서 청자를 묘사한 대목을 연상시키는 '청자 사자장식 향로'(국보 제60호), 합천 해인사에서 온 고려 목판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국보 제206-14호), 소수서원 소장품인 '안향 초상'(국보 제111호)처럼 귀중한 유물이 대거 나왔다.

2012년 서울 도봉서원 발굴조사에서 출토한 불교용구인 금강령과 금강저, 지난 1월 국립중앙박물관회 젊은친구들(YFM)이 박물관에 기증한 불감(佛龕·소형 휴대용 법당), 남한에 있는 유일한 고려 금속활자로 알려진 '복' 활자도 등장했다.

외국에서 온 고려불화와 나전칠기, 도자기도 하나하나가 명품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이처럼 다양한 유물이 전시 공간을 가득 채웠으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시에 방점을 찍어줄 만한 유물이 없는 것처럼 느껴졌고, 전시실이 시종일관 어두웠다.

직지심체요절처럼 유명한 유물을 대여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번 전시의 화룡점정이라고 할 만한 북한 소재 왕건상이 오지 않아 스승인 합천 해인사 소장 건칠희랑대사좌상(보물 제999호)만 제자를 기다리며 자리를 지켰다.

왕건상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지화장(紙花匠)이 만든 설치미술 작품인 연꽃 대좌가 있지만, 다소 휑한 분위기는 감출 수 없었다.

배 관장은 "눈에 두드러지는 대비 효과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며 "통일을 향한 국민의 마음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려는 마음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왕건상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설령 오지 않더라도 남북 교류를 촉진하고 동질성을 확인하는 데에는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물관 관계자는 왕건상 대여와 관련해 "진전 사항은 없다"면서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결정되면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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