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정점' 양승태 코앞…소송대리인 접촉 정황도 포착
檢 "梁, 강제징용 전범기업 소송 대리한 김앤장 변호사 직접 접촉"
"조사 필요성 점점 커져…수사기간 특정하면 엄정한 수사 어려워"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검찰이 3일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를 책임진 두 전직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동시에 청구함에 따라 5달 넘게 진행된 사법농단 의혹 수사는 마지막 대상인 양 전 대법원장만 남긴 채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구속 여부는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지만 전직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사상 초유의 일이란 점에서 사법부에 던지는 충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심사 결과를 보면서 이르면 이달 중순 무렵으로 예상되는 양 전 대법원장의 구체적인 소환 시기를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박 전 대법관과 고 전 대법관이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부인하는 취지로 일관함에 따라 인신 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내부 방침을 일찌감치 정하고 이들의 혐의사실을 보완하는 데 주력해왔다.
박 전 대법관 등은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사는 범죄사실들과 관련해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거나 '사후보고만 받았다'는 식으로 책임을 실무선에 떠넘기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 전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서 두 전직 대법관이 받는 혐의사실 대부분을 보고받거나 지시를 내리는 등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보고를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사건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는 상황이다.
검찰은 일제 강제징용 사건 재판과 관련해 전범기업 측 소송대리인을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접촉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할 단서를 확보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소송과 관련해 소송대리인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한모 변호사와 여러 차례 접촉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이와 관련 검찰은 앞서 지난달 12일 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법관들에게 인사 불이익을 줬다는 의혹에서도 양 전 대법원장의 연루 단서가 포착됐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압수수색에서 2014~2017년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관련 보고문건을 확보한 이후 문건에 거론된 법관들이 실제로 부당하게 인사 불이익을 받았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해왔다.
이들 문건에는 법원행정처 차장-행정처장-대법원장 순으로 자필 서명이 기재돼 있어 전직 행정처 최고위급 간부들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가 될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제 양 전 대법원장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재판에 넘겨지는 일은 사실상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상황이다. 실제 검찰은 구체적인 소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로선 두 전직 대법관 수사에 집중하는 단계지만 양 전 대법원장 조사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본다"며 "양 전 대법원장 직접 조사는 수사가 진행되면서 그 필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근 나온 여러 상황들과 관련해 추가로 규명할 부분이 있어 소환 시기를 미리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검찰 안팎에서는 양 전 대법원장 소환을 이달 중순 이후로 내다보는 가운데 새로 드러나는 혐의사실을 규명하는 데 필요한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수사 마무리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마무리 시기에 대해 "이번 사건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엄정하고 정확한 수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가 본다"며 "신속한 수사도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간을 정해놓으면 엄정한 수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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