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가와사키시, 극우행사에 첫 '혐한 금지' 가이드라인 적용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지난 2일 재일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혐한발언 등 헤이트 스피치를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강연회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는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행위나 발언들을 의미한다.
가와사키나 오사카(大阪) 등 재일한국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일본 극우세력에 의한 혐한 행위나 발언 등 헤이트 스피치가 종종 발생해 문제가 돼왔다.
이에 일본 국회는 2016년 5월 '외국 출신자에 대한 차별 의식을 조장할 목적으로 공공연히 생명과 신체, 재산에 위해를 가하려는 의도를 알리는 것' 등을 '부당한 차별적 연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은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을 만들었다.
또 가와사키시는 지난 3월 공공시설에서 이런 차별적 언동을 하는 집회가 열리는 것을 사전에 규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운용하기 시작했다.
가이드라인은 차별적 언동이 이뤄질 우려가 있는 경우 '이용제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집회 신청자에 대한 경고, 헤이트 스피치를 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집회를 허가하거나, 크게 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명백한 것으로 판단되면 공공시설 이용 불허나 기존 허가 취소도 가능하도록 했다.
3일 교도통신과 NHK에 따르면 가와사키시는 이런 공공시설 이용제한 조치를 지난 2일 시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헤이트 스피치와 관련된 극우세력의 강연회에 처음으로 적용했다.
시측은 주최측에 문서를 보내 "부당한 차별적 언동을 하지 않는 등 관계 법규를 확실히 준수하도록 경고한다"고 통보한 뒤 이용을 허가했다.
주최 단체는 교육문화회관 이용 신청을 하면서 "강연회에서 차별적 언동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시측은 이 단체의 행사에서 과거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것을 확인하고 이같이 경고했다.
이에 따라 이날 강연회에는 5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3시간가량 열렸지만 별다른 소동이나 혼란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도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강연회 시작 전부터 교육문화회관 인근에 있는 가와사키역 앞에 모여 시측에 "이 단체의 시설 이용을 불허하라"고 촉구했다.
집회에 참가한 재일한국인 3세 최강이자(45)씨는 "경고를 한 것은 반 발짝 진전된 것이지만, (강연회를 허용함으로써) 시는 차별에 가담하고 시민의 인권을 짓밟았다"며 "가이드라인만으로는 차별을 막지 못하는 만큼 실효성 있는 조례를 제정하라"고 요구했다.
강연회에 참가했던 도코나가 신이치(德永信一) 변호사는 "경고를 받아 분노를 느꼈지만, 강연회가 열리게 돼 시측에는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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