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트와이스…'아이돌 영화' 글로벌 콘텐츠로 주목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 개봉 첫주 북미 흥행 수익 41억원
'트와이스랜드'도 미국·아시아권 개봉 계획…"세계 팬들과 접점"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아이돌 영화'가 잇달아 개봉해 극장가에 팬덤 현상을 옮겨왔다.
방탄소년단의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개봉 2주 만에 국내 관객 30만명을 돌파하면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트와이스의 영화 '트와이스랜드'도 전야 시사회가 예매 1분 만에 전석 매진됐다.
관객 600만 명을 돌파한 음악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교하면 미비한 수치라 하겠지만, 그간 아이돌 다큐멘터리 영화는 5만~6만 관객 동원이 어려울 정도로 파급력이 없었다는 점에서 꽤 의미 있는 성적이다.
더욱이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방탄소년단 영화는 해외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면서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 방탄소년단 영화, 글로벌 콘텐츠 가능성 입증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는 지난달 15일 전 세계 70개 국가 및 지역에서 개봉했다. 지난해 19개 도시에서 55만 관객을 동원한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2017 BTS 라이브 트릴로지 에피소드 Ⅲ 더 윙스 투어'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국내에선 전국 CGV에서 단독 개봉해 2일 누적 관객 31만2천590명(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기준)을 기록했다.
CGV 리서치센터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 다큐는 개봉 2주간(11월 15~29일) 상영한 다른 영화들에 견주어 10대 이하(17.7%·동기간 전체 5.9%), 40대(41.4%·전체 24.2%) 관객 비중이 높았다. 성별로는 여성 관객이 85.4%나 차지했다. 특히 재관람률은 같은 기간 '톱 10' 영화 평균 2.6%보다 3배 이상 높은 10.5%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도 북미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0위에 오르며 미국에서 241만여 달러(한화 27억여원), 북미에서 363만여 달러(한화 약 41억원) 흥행 수익을 냈다.
미국 영화 전문지 버라이어티와 경제지 포브스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가 개봉 첫 주 전 세계 140만 아미(팬클럽)를 불러모아 영국 그룹 원디렉션의 2014년 영화 '원디렉션: 웨어 위 아'(One Direction: Where We Are)의 120만명 기록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어티는 "영어권 시장에서의 전례 없는 성공은 (영어) 자막을 고려할 때 더욱 두드러진 성과"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 영화가 일으킨 반향은 올해 '러브 유어셀프' 투어에서 확인한 세계적인 센세이션이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다.
걸그룹 중에서는 일본에서도 큰 인기인 트와이스가 첫 영화 '트와이스랜드'를 내놓는다. 올해 진행한 두 번째 투어 '트와이스랜드 존 2: 판타지 파크' 공연 실황이 중심이다. 극장 전면과 좌우 벽면까지 스크린으로 활용한 스크린X 상영과 노래를 따라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까지 준비 중이어서 팬들의 호응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아이돌 영화 잇단 제작…국내 소비서 해외 개봉으로
팬을 타깃으로 한 아이돌 영화 제작은 1990년대 1세대 아이돌 그룹 시절부터 시도됐다.
젝스키스 '세븐틴'(1998)과 H.O.T '평화의 시대'(2000년)가 초기작이며, 2000년대 등장한 2세대 아이돌은 가요 시장 주도와 해외 인기를 바탕으로 발 빠르게 스크린에 도전했다.
슈퍼주니어가 주인공인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2007)이 관객 9만8천284명, SM엔터테인먼트 가수들의 미국 뉴욕 공연을 다룬 '아이 엠'(2012)이 3만3천18명, 나인뮤지스 성장기인 '나인뮤지스: 그녀들의 서바이벌'(2014)이 602명, SM 가수들의 합동 공연 실황인 'SM타운 더 스테이지'(2015)가 3만5천857명, 빅뱅의 10주년 '메이드' 투어를 기록한 '메이드'(2016)가 5만6천200명, 젝스키스가 20주년에 내놓은 '에이틴'(2017)이 5만419명을 기록했다.
범위를 대중 가수로 넓히면 박효신의 7집 완성 과정이 담긴 뮤직비디오 '뷰티풀 투모로우'(2017)가 6만3천279명을 동원했다.
아이돌 영화의 경우 '세븐틴', '평화의 시대', '꽃미남 연쇄 테러 사건'처럼 멤버들을 주인공으로 한 장르물도 있지만, 근래는 공연 실황을 바탕으로 무대 뒤 모습·비하인드 스토리·인터뷰 등을 엮거나, 성장기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가 주를 이룬다.
SM 관계자는 "연습생 시절부터의 성장 이야기나 공연 실황을 중심으로 음악과 퍼포먼스를 만드는 과정 등 비하인드 스토리를 팬들에게 전달하고자 기획한다"고 영화화 배경을 설명했다.
K팝의 확장으로 월드투어 등을 통해 세계 팬들과 접점이 확대됐지만, 여전히 시간·공간 제약이 많아 공연에 못 온 팬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방탄소년단이 해외 배급사와 손잡고 글로벌 콘텐츠 파워를 보여주면서 앞으로 기획사들이 해외 개봉에도 관심을 둘 전망이다. 빅뱅의 '메이드'가 일본, 미국, 태국에서 개봉한 적이 있지만 대다수 영화는 그간 국내 개봉에 머물렀다. 방탄소년단에 이어 트와이스 영화가 미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지 개봉을 계획하고 있다.
CGV 관계자는 "이전까진 아이돌 다큐멘터리 영화가 국내 소비에 한정됐다면, 방탄소년단 영화는 해외 동시 개봉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며 글로벌 콘텐츠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고 설명했다.
한 아이돌 기획사 해외사업 팀장은 "이미 다수 아이돌이 유튜브 등 온라인에서 다큐멘터리 등을 선보이고, 투어 실황 DVD도 출시한다는 점에서 이를 확장한 영화화 시도는 잇따를 것"이라면서도 "다만 영화 개봉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탄탄하고 규모 있는 팬덤이 기반이 될 때 가능하다"고 짚었다.
mi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