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김정은 서울 답방…남북관계도 속도 낼까
남북협력 분위기 활발해질 듯…착공식·예술단 방남 등 연계가능성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추진에 힘이 실리면서 조심스럽게 전진하던 남북관계도 속도를 낼 지 주목된다.
한미 정상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에 대해 "평화정착에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답방 필요성에 한미 정상이 사실상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해석된다.
답방 추진이 본격화되면 남북은 물밑 조율을 거쳐 고위급회담을 열고 일정·의제 조율 등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12월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연내에 답방이 성사되려면 고위급회담이 조기에 개최돼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답방 분위기 조성을 위한 남북협력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정상은 지난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남북간 군사긴장 완화, 연내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 산림·보건의료 협력,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노력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 추진에 합의했다.
남북 군사합의 이행이 비교적 속도를 내고 있고 철도 연결 착공식을 위한 북측 철도 공동조사도 시작됐지만, 합의사항이 빠르게 이행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철도 공동조사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공식적으로 제재 면제를 받은 뒤에야 시작된 데서 보듯 남북간 협력도 제재 틀 내에서, 한미 협의를 거치며 가능한 범위에서 한 발짝씩 진전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한 번의 정상회담을 치르기 위해서는 남북이 기존 합의의 성과 도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활한 남북교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결단을 끌어내는 데도 필요하다는 분석도 있다.
남북이 합의했지만, 날짜를 잡지 못하고 있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철도 연결 착공식, 북측 예술단 남측 공연 등의 일정이 김 위원장의 답방에 연동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연내 철도연결 착공식이 열릴 경우 여기에 남북 정상이 함께 참석하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기도 한다.
다만, 북미 간의 비핵화·체제안전 보장 협상이 여전히 답보하는 만큼 또 한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해도 남북관계와 관련해 얼마나 더 나아간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선순환의 한 '축'인 비핵화에 실질적 진전이 없어 남북관계도 추가 진전이 점점 어려운 구조가 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협사업은 대북제재 문제로 본격적인 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내년 정세전망 보고서에서 "평양공동선언 이후 미국의 속도 조절 요구가 증대하면서 남북관계는 한미관계와 북미관계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 방향으로 구조화됐다"고 진단한 바 있다.
내년 1∼2월로 예상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 이전에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이뤄지게 된다면, 구체적 남북협력 합의보다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국제사회에 강렬하게 각인시킬 '이벤트'로서의 효과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분위기 조성 측면에 무게중심이 있는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고 해도 남북관계가 한 단계 더 상당히 도약하기는 북미관계 진전이 없이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내년 초 북미정상회담 이후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경우 비핵화 협상의 진척을 토대로 남북 간에도 보다 실질적인 협력을 논의해 9월 평양공동선언보다 진전된 합의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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