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한 해"…개성공단 기업인 방북 언제쯤 가능할까
남북관계 훈풍에도 '시설점검 방북' 못해…'김정은 방남' 가능성에 기대감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롤러코스터를 탄 한 해였다. 기대와 실망을 반복했고,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컸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2일 한 달 남은 2018년을 돌아보는 심정이다.
올해는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첫 북미정상회담을 거치며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된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릴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을 한껏 높아졌지만, 상황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 전면중단 2년 10개월…해빙무드에도 '시설점검' 방북조차 못 해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은 "답답함만 토로하는 상태"라며 "'된다, 아니다'도 아니고 애매한 상태로 있으니…"라고 말끝을 흐렸다. 신 회장은 이어 "상황이 나아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2005년 본격적으로 가동된 개성공단은 남북관계에 따라 크고 작은 부침을 겼었지만, 가장 큰 위기는 2016년 2월 찾아왔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으로 응수한 것이다. 그리고 개성공단은 약 2년 10개월간 '유령 공단'으로 남았다.
크게 보면 올해는 그래도 작년보다는 형편이 나은 편이긴 하다.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날벼락'을 맞은 기업들은 지난해에는 가동 재개보다는 보상에 초점을 맞췄다. 눈높이를 크게 낮춘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남북관계에 물꼬가 트이고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이들에게는 개성공단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지난 9월 남북 정상은 지난달 평양공동선언에서 '조건이 마련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고 합의한 바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개성공단 기업인들은 지난 10월 자산점검을 목적으로 정부에 방북을 신청, 남북은 10월 말 일정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이 성사될 경우, 공단 재가동 준비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의 방북 일정은 아직 '미정'으로 남아 있다.
앞서도 입주기업들은 공단 가동 중단 이후 이미 총 6차례 방북을 신청한 바 있지만 모두 유보됐다.
여기에는 기업인의 방북이 단순히 자산점검이 아니라 공단 재가동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북한 비핵화 이행과 대북제재 완화 간의 속도 차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는 현재 "개성공단 기업인의 방북 문제는 북한과 협의 중"이라며 "일정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 기반 흔들리는 기업들…자금난에 내년 사업계획도 불투명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인들의 속은 더욱 타들어 간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작년에는 아예 포기 상태였고, 올해 들어서는 봄만 해도 곧 열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며 "지금은 막연히 희망 고문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기다림이 길어질수록 기업들의 사정은 악화하고 있다.
입주기업의 3분의 1가량은 개성공단 문이 열리더라도 공장을 재개하기는 쉽지 않은 형편으로 파악된다. 이런 기업은 개성을 대체할 공장이 없어 몇 년간 매출이 전혀 없다시피 한 곳들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수확을 앞둔 상태에서 갑자기 생산기지를 못 가게 됐으니, 직원들은 내보내고 생산 기반은 많이 없어진 상태"라며 "몇년간의 영업 손실을 딛고 재기하리란 쉽지 않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개성공단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들은 신용도가 확 떨어져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며 "분위기가 좋을 때라면 그나마 지인으로부터 자금을 융통할 수 있겠지만, 지금은 교착상태인 데다 국내 경기도 안 좋은 탓에 현실적인 자금난이 크게 와닿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조금 나은 곳이라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투자계획 등 내년도 사업 밑그림을 그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과거 입주기업 125곳 중 90% 이상은 다시 개성에 가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기대는 버리지 않고 있다.
◇ 정치 상황 개선에 기대…"김정은 방남에 희망"
개성공단의 재가동은 복잡한 정치적 함수 관계에 연동돼 있지만, 기업인들은 오히려 반전의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경제 논리뿐만 아니라 남북·북미 관계 등 정치·외교 상황과 맞물려 돌아가는 사안이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을 대표하는 협회의 임원들은 국제 정세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 정부와도 꾸준히 의견을 주고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다시 개성으로 향할 수 있는 청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아르헨티나 현지시간) 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에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고 평가, 연내 실행에 대해 기대감을 키웠다.
유창근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은 "김 위원장의 방남이 그나마 지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다"며 "남북 경협 활성화에 한 계기를 만들어주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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