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냉전·동서화합 이끈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별세(종합2보)

입력 2018-12-01 17:07
수정 2018-12-01 17:51
탈냉전·동서화합 이끈 '아버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별세(종합2보)

향년 94세…아들 부시와 美 두 번째 '父子 대통령'이자 역대 최장수 대통령

고르바초프와 정상회담, 걸프전 승리 주역…경기 침체·재정 적자로 재선 '고배'

4월 세상 떠난 '73년 해로' 아내 곁으로…트럼프·클린턴 등 각계 애도 물결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탈냉전의 세계사적 전환기에 동서화합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아버지 부시'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41대 대통령이 별세했다. 향년 94세.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10시10분(현지시간) 텍사스 주 휴스턴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부시 가족의 대변인인 짐 맥그래스의 성명을 인용해 AP·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은 트위터로 발표한 성명에서 "젭과 닐, 마빈, 도로와 나는 사랑하는 아버지가 경이로운 94년을 보낸 뒤 돌아가셨음을 슬픈 마음으로 발표한다"면서 "그는 아들·딸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아버지이자 최고의 인물이었다"고 강조했다.

파킨슨병으로 투병해온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7일 73년간 해로해온 부인 바버라 여사가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뒤 입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아오다가 7개월여 만에 그 곁으로 갔다.

그는 역대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1966년 텍사스 주 하원의원 당선으로 정계에 입문해 유엔 주재 미국 대사와 국무부 베이징연락사무소장,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을 지낸 부시 전 대통령은 지난 1988년 대선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후보였던 마이클 듀카키스 매사추세츠 주지사를 누르고 당선돼 이듬해 대통령에 취임했다.

이라크에 침략당한 쿠웨이트를 해방한다는 명분으로 시작한 1991년 '걸프 전쟁'에서 약 43만 명의 대군을 파병해 승리를 거둔 것은 부시 전 대통령의 치적으로 거론된다.

'사막의 폭풍'이라는 작전명으로 진행된 걸프전에는 33개국 약 12만 명의 다국적군이 참전했다.

한국도 당시 군 의료진과 수송기 등을 파견하며 다국적군에 참여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거대한 세계사적 변화의 중심에서 4년 임기를 보내며 냉전종식을 선언하는 주인공이 됐다.

'거대 공산 제국' 소비에트 연방공화국이 붕괴하고 독일 통일을 시작으로 동유럽이 잇달아 자유화의 물결을 탔다.

부시 전 대통령은 탈(脫) 냉전의 분위기가 싹트던 시기에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1989년 12월 미·소 정상회담을 통해 40여 년에 걸친 냉전의 종식과 동서화합을 선언했다.

그는 이라크전 승전보 등으로 가파른 지지도 상승을 보였지만, 이후 경기 침체와 만성적인 재정 적자 등 국내 경제적 요인으로 민심을 잃으면서 1992년 대선에서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라는 슬로건을 내건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에게 져 재선에 실패했다.

대통령 후보 수락 당시 "제 입술을 보세요 더 이상의 세금은 없습니다"라고 호언했으나 대통령 당선 후 세금 인상을 결정하면서 약속을 저버렸다는 역풍을 맞았다.

그러나 2000년 대선에서 장남 조지 W. 부시가 백악관 입성에 성공하면서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부자(父子) 대통령'의 기록을 세우며 케네디가(家) 못지않은 정치 명문가로 자리매김했다.

바버라 여사는 남편과 아들을 대통령으로 키워낸 영부인으로 미국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고 차남 젭도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선에 실패한 이후로는 고향인 텍사스 주로 돌아가 노후를 보냈다.

2004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피해를 본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을 위해 클린턴과 손잡기도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5년엔 "내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빌 클린턴과 같이 일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고령에도 75세와 80세, 85세, 90세를 기념해 스카이다이빙을 하며 노익장을 과시했고 알록달록한 양말을 즐겨 신는 '귀여운' 모습도 선보였다.

그의 별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에서 애도가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건강한 판단과 상식, 흔들림 없는 리더십으로 우리나라와 세계를 이끌어 냉전을 평화적인 승리로 종식했다"며 업적을 기렸다.

1992년 대선에서 부시 전 대통령의 적수였던 클린턴은 "나는 그의 타고난, 진심 어린 품위와 부인 바버라와 가족에 대한 헌신에 항상 감동받아왔다"며 그와의 우정에 감사를 표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애국적이고 겸손한 종복을 잃었다"며 슬픔을 표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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