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남·북미고위회담 추진 12월, 한반도정세 중대기로
한미정상 제재유지 확인했지만 연내 남북정상회담 통한 중재카드 유효
'金의 결단' 주목…내년초 북미정상회담 여부도 12월 남북미 협의에 달린듯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이달 중 연쇄 성사될지 여부가 한반도 정세에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연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 대화를 거쳐 내년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형국이다. 그것이 이뤄진다면 올해 시작된 한반도 정세의 호전 흐름이 유지되겠지만 불발될 경우 북미 양측의 신뢰 및 인내심 저하와 함께 내년 들어 정체 내지 퇴행의 길로 접어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11월 30일(현지시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대북 제재 고수'라는 현상유지적 요소와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이라는 현상 변경적 요소가 교차했다.
미 측의 주 관심사인 제재 유지의 경우 청와대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기존의 제재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함께했다"고 발표했고, 백악관은 "비핵화가 경제적 번영과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에 이르는 유일한 길임을 북한이 확실히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존 제재들의 강력한 이행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제재 완화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이 한 목소리로 기존 제재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제재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현격한 입장 차이가 재확인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런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논의한 김 위원장의 연내 답방에 대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최소한 '반대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아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양 정상은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추가적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고 발표했다. 또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도 연내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인식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협상에 돌파구를 만들 수 있다면 반길 일이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북미 협상의 교착 상황에서 김 위원장 연내 방남을 통한 문 대통령의 '촉진자' 내지 '중재자' 역할의 공간이 생긴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은 문 대통령에게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산'(제재완화 등)을 크게 제공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분간 한반도 관련 당사국들은 김 위원장이 과연 연내에 답방을 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거듭된 제재 완화 요구에 미국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으로서도 연내 방남 여부에 대한 고민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외 환경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첫 남한 방문을 하는 것이 나을지 내년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상응조치 합의를 함으로써 남북협력 진전에 우호적인 대외 여건을 만들어 놓고 방남하는 것이 나을지 진지한 고민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한가지 관전 포인트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성사의 분수령이 될 북미고위급 회담이 연내에 열릴지다.
이와 관련, 한미정상회담 결과 발표의 미묘한 차이에 주목하는 시각이 있다.
한미정상회담 후 우리 측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나온 반면 미측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두번째 북미정상회담을 할 의향을 논의했다"며 시기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마이크 펜스 부통령,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핵심 당국자들이 잇달아 거론하면서 '내년초 2차 북미정상회담'은 미국의 공식 입장처럼 여겨졌지만 이번 발표는 미측이 미뤄질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이는 정상회담을 논의할 북미고위급 회담이 미뤄지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초 11월 8일 개최 예정이었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간의 뉴욕 북미고위급 회담이 한 차례 연기된데 이어 미국이 북한 측에 '11월28일까지 만나자'는 제안을 했음에도 북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11월 북미고위급 회담 개최는 무산됐다.
미국과 북한이 핵 신고와 검증, 핵무력 조기 해체·반출과 제재완화 등 핵심 요구 사항에 있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과 함께, 북한 내부 사정으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거나 미국이 협상 대표를 김영철 부위원장에서 리용호 외무상으로 교체할 것을 요구해 갈등을 겪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결국 김 위원장 답방에 의한 남북정상회담과 함께 북미 고위급 회담이 12월 중 개최됨으로써 내년초 북미 정상회담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형국이다.
북미 양측이 비핵화 조치와 상응 조치의 선후관계를 놓고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연내 북미고위급 회담 개최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이 여전히 북한과의 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 발신하고 있고, 북한도 제재·인권 관련 불만을 표하고는 있지만 수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내년 1월 중순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하원이 구성되면 트럼프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고, 부수적이지만 '노벨상' 추천도 보통 2월에 마감된다는 점에서 최소한 그 전까지는 미국이 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여전히 미국의 대화 기조는 계속 유지되고 있다"면서 "연말이라도 상황에 따라 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전망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끄는 것은 우리 정부의 역할이다.
만약 김 위원장 서울 답방이 이달 중순 이내에 성사돼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보다 전향적 비핵화 조치 수용을 설득하는데 성공한다면 연내 북미 고위급 회담, 내년 초의 북미 정상회담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hapyr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