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전 유행한 책 '딱지본' 연구 자료집 출간
신간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근대에 유행한 서적 형태이지만, 학계에서 크게 조명하지 않은 '딱지본'을 연구한 자료집이 나왔다.
학술지 '근대서지' 오영식 편집장과 유춘동 선문대 교수가 함께 엮은 '딱지본: 오래된 근대, 딱지본의 책그림'(소명출판 펴냄)으로, 딱지본을 국문학뿐만 아니라 미술사 측면에서 분석했다.
일제강점기에 널리 보급된 딱지본은 남자아이들이 갖고 놀던 딱지처럼 표지가 화려한 책이다. 대중을 겨냥한 서적으로, 활자가 비교적 크고 가격이 싼 점이 특징이었다.
평론가 김기진은 1929년 동아일보에서 딱지본에 대해 "'옥루몽', '구운몽', '춘향전', '조웅전', '유충렬전', '심청전' 같은 것은 연연히 수만 권씩 출간된다"며 "울긋불긋한 표지에 사호활자로 인쇄한 100쪽 내외의 소설은 '고담책'(古談冊), 이야기책의 대명사를 받아가지고 문학의 권외에 멀리 쫓겨 왔다"고 적었다.
딱지본은 소설이 많기 때문에 과거에는 국문학자들이 주로 연구했으나, 최근에는 표지에 주목하는 학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편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딱지본 553종, 771책 표지와 판권을 복사해 컬러로 수록했다. 배열은 소설과 비소설로 나눠 각각 시간순으로 했다.
오 편집장은 "딱지본에 관한 책은 1990년대에 나온 '한국의 딱지본'을 포함해 한두 종에 불과하다"며 "가급적 표지 이미지를 크게 하고, 원본 이미지를 최대한 반영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자 5명이 딱지본에 관해 쓴 해제를 뒤쪽에 수록했다.
딱지본 성쇠를 분석한 유석환 성균관대 강사는 "딱지본은 출판업자들에게 박리다매 상품의 대명사였다"며 "딱지본이 처음 융성한 시기가 1910년대라는 데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흥미로운 현상은 딱지본 신소설이 유행한 뒤 고소설이 인기를 끌었다는 점"이라며 "신소설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한 출판사들이 후속으로 고소설에 눈을 돌린 결과"라고 주장했다.
유 강사는 "딱지본 융성을 이해하는 데는 책장수의 존재를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책장수들은 책만 팔지 않고 소설도 낭송했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서울대 강사는 딱지본 표지를 연구한 뒤 대중이 선호하는 양식에 따라 디자인이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서 강사는 "1910년대 딱지본 소설책 표지는 전통회화 문법을 가져와 이야기 공간을 표지 전면에 제시했다"며 "1920∼1930년대에 이르면 밀착하는 카메라처럼 주인공 얼굴을 확대해 애정, 눈물, 폭력의 극적인 순간을 부각했다"고 설명했다.
유춘동 교수는 "지금까지는 딱지본 작품에 매몰돼 대중성이나 시각적 특성을 지닌 표지에 대한 연구가 거의 없었다"고 지적하고 "딱지본의 통시적 변화, 교섭 양상, 시대적 상황과 변수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근대서지학회는 딱지본 자료집 발간을 기념해 청주 고인쇄박물관과 함께 12월 1일 종로구 관훈동 신영기금회관에서 학술대회를 연다.
연구자들이 딱지본에 대해 발표하고 종합토론을 한다.
676쪽. 5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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