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생들 십시일반 모금…경비·청소원에게 방한용품 선물
69명 모금 참여해 넥워머 구매…"따뜻하게 겨울나세요"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우리를 위해 고생하시는 분들께 따뜻한 옷이라도 선물하면 어떨까?'
인하대학교 2학년생인 이어진(24·남)씨는 지난달 초 기숙사로 가던 길 청소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아침 일찍 기숙사를 나설 때도 야외에서 청소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났다.
함께 기숙사에 사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더니 4명이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1학년 백경석(20·남), 2학년 이지윤(21·여), 3학년 박정연(22·여), 박나현(22·여)씨다.
각자 용돈에서 3만원씩을 내놓고, 같은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금을 해보기로 했다. 프로젝트명은 '당신으로 인하여'로 정했다.
지난달 15일 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프로젝트 취지를 설명하고 모금액과 집행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20일까지 6일간 모금을 진행한 결과 학생 67명 참여했다. 적게는 1천원 많게는 10만원을 내 모두 91만4천원이 모였다.
모금 기간이 끝난 뒤에도 학생 2명이 2만5천원을 보내왔다.
이어진씨는 "많은 학우가 우리의 뜻에 공감하고 모금에 참여해줘 놀랍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이 동참했으나 계획했던 점퍼를 구매하기에는 모금액이 부족했다. 예상보다 전달할 사람이 많다는 것을 모금을 시작한 뒤 알게 됐다.
학교에 확인했더니 경비·청소 등 고된 업무를 하는 직원이 외부업체 소속까지 합쳐 210명이나 됐다. 1인당 점퍼 1벌씩만 사도 수백만원이 필요했다.
주변 사람들은 일부에게만 선물할 경우 도리어 선물을 받지 못한 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씨와 친구들은 방한용품을 사는 것으로 방향을 바꿔 직접 발품을 팔아 모금액에 맞는 '넥워머'를 찾았다.
'인하대학교 학생 드림'이라는 문구를 새겨 1인당 2개씩 선물해도 20만원 정도가 남는다. 조금씩 돈을 더 보태 핫팩 등을 사서 전달하기로 했다.
이씨 등은 주문한 넥워머가 도착하는 대로 모금에 참여한 학생들을 초청해 학교에서 전달식을 열 예정이다.
이씨는 "생각보다 추위가 빨리 찾아와 좀 더 일찍 준비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다"며 "학생들이 스스로 모은 돈으로 산 넥워머로 조금이라도 따뜻한 겨울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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