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 답답하면…학부모들 '협동조합 유치원' 자구책 추진

입력 2018-12-02 08:31
수정 2018-12-02 18:53
오죽 답답하면…학부모들 '협동조합 유치원' 자구책 추진

일방적 폐원 대응 차원서 학부모들이 대안마련 행동 나서

화성시 학부모들 회계비리 유치원에 수업료 납부 거부도

(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사립유치원 회계 비리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학부모들이 유치원 협동조합 설립을 추진하거나 수업료 납부를 거부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이 하루가 멀다 하고 대책 등을 내놓고 있지만, 공립유치원 설립은 더디기만 하고 일부 유치원은 폐원 계획까지 통보하면서 '유치원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부터 자녀들을 유치원에 보낼 계획이었던 장성훈씨(화성시 거주)는 교육 당국 감사에 적발된 사립유치원들의 실명이 공개되면서 '학부모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학부모 조합원이 출자해 건물을 마련하고 유치원 운영에 직접 참여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 설립·운영 규정'이 개정되면서 협동조합 유치원을 설립하고자 할 때 국가 또는 지자체 등이 소유한 시설 등을 임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장씨에 따르면 협동조합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같이 운영할 계획이다.

개원 전까지는 일부 학부모가 '공동 육아' 방식으로 아이들을 돌볼 계획이다.

장 씨는 2일 "유치원은 인가 기준이 상당히 까다로워 어린이집을 정사업으로, 유치원을 부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라면서 "아직 시작하는 단계지만 협동조합에 관심을 갖고 문의하는 분들이 꽤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설립자가 개인 사정으로 학부모들에게 폐원 통보를 한 것으로 알려진 하남시 A유치원 학부모들도 협동조합 유치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지역은 택지개발로 인구유입이 많다 보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를 보낼 사립유치원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학부모들은 유치원 회계 비리 등을 고발한 일부 교사와 함께 협동조합을 꾸린다는 계획이다.

A유치원 학부모는 "어린이집과 달리 유치원은 최근 현행법 개정으로 협동조합 설립이 가능해진 건데, 벤치마킹할 사례가 없다 보니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며 "내년 3월 개원을 목표로 학부모와 지자체가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원 통보' 유치원에 대응하기 위한 전국 학부모·교사 모임 '유치원 무단폐원119'의 법률지원을 맡은 손익찬 변호사는 "협동조합 유치원은 재정정보가 수시로 공개돼 투명하고 운영에 대한 학부모의 참여도도 높다"며 "큰 예산이 투입되는 매입형 또는 공영형 유치원과 비교해봐도 학부모 입장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화성의 한 사립유치원 학부모들은 회계 비리가 드러난 유치원 측에 해명을 요구하며 수업료 납부를 거부했다.

학부모 50여명은 예결산서 공개, 수익자부담금 정산 등을 촉구했지만 유치원으로부터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하고 있다며 11월 교육비를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는 "감사 결과에 관해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유치원은 '잘못이 없다'는 대답만 했다"며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에 만족할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퇴원 조치를 감내하고서라도 수업료 납부를 거부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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