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문·가짜 검찰 홈피·악성 앱…보이스피싱의 진화
전방위 예방 홍보 활동에도 피해 여전…"저금리 대출 제의받으면 의심부터"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광주에 사는 A씨는 지난 8월 모 캐피털 회사 직원을 사칭한 사람의 전화를 받았다.
"기존 저축은행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 주겠다"며 휴대전화에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는 대출 진행 경과를 확인하려고 저축은행에 몇 차례 전화했으나 앱에 심어진 악성코드 탓에 전화는 매번 사기범에게 연결됐다.
전환 대출이 거절돼 업무 처리에 필요하다며 500만원을 요구하자 A씨는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사기범은 이어 대출 이자 감면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공탁금을 예치해야 한다며 350만원을 추가로 받고 허위의 금감원 공문까지 찍어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또 다른 피해자는 검사를 사칭한 전화를 받고 "대포통장 사건에 연루됐으니 자산 보호를 위해 통장의 돈을 모두 인출해 전달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사기범은 수사공문을 보여주겠다며 가짜 지방검찰청 홈페이지 접속을 유도해 '나의 사건조회' 메뉴를 클릭하도록 했다.
가짜 홈페이지의 다른 메뉴들을 클릭하면 실제 검찰 홈페이지 해당 메뉴로 접속되도록 설정해뒀다.
보이스피싱 사건 진행 과정에서는 금융감독원 대표번호(1332)로 전화하면 사기범에게 연결되는 악성 앱이 등장하는가 하면 가짜 결제 문자메시지, 가짜 금감원 사이트를 활용한 사례도 있다.
2일 금감원 광주·전남 지원에 따르면 보이스피싱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의 심리를 악용해 저금리 대출을 해주겠다며 수수료 등을 챙기는 '대출 빙자형', 검·경이나 금감원 등을 사칭해 돈을 가르치는 '정부 기관 사칭형' 등으로 대표된다.
최근에는 악성코드가 심어진 앱을 휴대전화에 설치하도록 유도해 금감원 등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사기범에게 연결되도록 하는 수법이 잦다.
여기에 카카오톡, 네이버 밴드 등 SNS 대화창에서 지인을 사칭하거나 결제 문자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신종 기법도 결합했다.
기관별로 예방 홍보 활동을 하고 있으나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2015년 2천444억원, 2016년 1천924억원, 지난해 2천431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1천802억원을 기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통화 상대방의 소속 기관, 직위, 이름을 물은 뒤 전화를 끊고 해당 기관에 직접 전화해 진위를 확인하는 게 좋다"며 "저금리로 신규·전환 대출을 해준다거나 앱 설치를 유도하면 신중히 대처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도 보는 즉시 삭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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