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단편소설은 내가 살아온 기록…올겨울 눈 삼부작 완성"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 영원' 소설집 3종 재출간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단편소설은 좀 더 개인적인 것입니다. 삶이 저라는 인간을 흔들거나 베고 지나가거나 지금 지나가고 있는 그 자리의 감각과 생각과 감정을 씁니다."
소설가 한강은 30일 서면 인터뷰에서 최근 재출간된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 영원'(이상 문학과지성사) 등 소설집 세권에 대한 의의를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간에 대한 질문들을 끈질기게, 전심전력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게 장편소설"이라며 "단편은 개별 장들처럼 전체 구도 속에서 계획된 어떤 게 아니고, 저라는 인간이 여기까지 (때로는 기어서, 때로는 꿋꿋하게 걸어서, 때로는 어둠 속을 겨우 더듬어서) 살아온 기록"이라고 했다.
'여수의 사랑'은 한 작가가 20대 초반이던 1993년 10월부터 1994년 10월까지 쓴 단편들을 모은 책이다.
'내 여자의 열매'는 1996년부터 2000년 봄까지 쓴 여덟 편의 작품을 묶은 소설집으로, 맨부커상 수상작인 '채식주의자', 연작의 씨앗이 된 '내 여자의 열매' 등이 포함됐다.
'노랑무늬 영원'은 2002년 여름부터 일곱 달 동안 쓴 중편 '노랑무늬 영원'을 비롯해 작가가 12년 동안 발표한 일곱 편의 작품을 담은 세 번째 소설집이다.
한 작가는 이번 작품을 재출간하면서 단편 수록 순서를 바꾸고, 고치거나 다듬어야 한다고 느낀 장면과 표현들도 손봤다. "몇 번씩 이 세 권에 실린 스물한 편의 소설들을 읽어야 했는데 그 과정 자체가 이상하고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너는 예전에 이런 소설을 썼어', 또는 '너는 소설 쓰는 사람이야'라는 말을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내게 찾아와 들려주는 것 같았습니다."
한 작가는 올겨울까지 '눈' 삼부작을 완성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작 첫 소설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에 이어 '작별'을 마무리했고, 올겨울 세 번째 연작을 쓸 예정이다.
다음 목표는 오래 생각해온 장편 한두 편을 집필하는 것이다.
한 작가는 "글쓰기는 쓰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활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은 글쓰기의 의미에 대해 좀 더 고민해봐야 한다"며 "내게 지금의 시기는 모든 생각을 허물고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는 때"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간혹 '무겁다' 혹은 '무섭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그것이 강하든 어렴풋하든, 어쨌거나 빛을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언제나 인간에 대해, 체온을 가진 인간, 심장이 뛰는 인간에 관해 쓰고 싶어 합니다."
한 작가는 소설집 재출간을 기념해 4주 동안 독자들과 낭독회에서 만난다.
그는 "작은 서점의 공간에서 함께 모여 읽음으로써 경험하게 될, 무엇인가를 함께 느끼고 있다는 감각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bookmani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