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 캄보디아 학생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세상'

입력 2018-11-30 07:00
한국서 캄보디아 학생들이 부르는 '아름다운 세상'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학생들 "좋은 경험 나누고 싶어요"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작은 가슴 가슴마다 고운 사랑 모아 우리 함께 만들어가요 아름다운 세상~"

29일 서울 마포구 신수동 예수회 한국관구, 캄보디아에서 온 학생 10명이 서툰 한국어로 박학기의 노래 '아름다운 세상'을 연습했다.

캄보디아 북서쪽 국경도시 시소폰에 2015년 설립된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학생들.

30일 예술의전당 IBK홀에서 열리는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 후원을 위한 음악회에서 이 노래를 선보인다.

교육 환경이 열악한 캄보디아에서는 음악이나 미술을 학교에서 배우기 어렵다.

하비에르 학교가 있는 시소폰은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이다.

이 아이들은 하비에르 예수회 학교에 입학해서 음악을 처음 배웠고, 이번 무대를 위한 노래를 4개월여간 연습했다.

아직 어설프지만, 처음에는 제멋대로 부르던 아이들도 이제 제법 발음과 소리를 흉내 낸다.

중학교 3학년에 해당하는 9학년인 깐니까(14) 양은 "한국에 와서 큰 무대에 서려니 흥분되고 긴장도 된다"며 "이번에 처음 비행기와 기차도 탔는데 그것도 기쁘면서도 떨렸다"고 말했다.

열렬한 BTS 팬으로 회계사나 선생님을 꿈꾼다는 그는 "내가 가진 경험들을 캄보디아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캄보디아에서는 못 본 높은 건물을 봐서 신기했다"는 속학(13) 군은 "많은 사람 앞에서 노래해 본 적이 없어 떨리는데, 내일 시간이 빨리 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그는 "캄보디아에 학교를 지어주고 한국에 초대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며 커서 경찰이 돼 약한 사람을 도와주거나 선생님이 돼 가르쳐주고 싶다고 했다.

지난 26일 한국에 온 학생들은 27~28일에는 소백산천문대를 방문해 난생처음 눈을 밟았다.

매년 하비에르 학교에서 천문캠프를 열고 있는 한국천문학회와의 인연에서다.



한국 예수회와 국제구호개발 비영리단체(NPO) 기쁨나눔재단이 지은 캄보디아 하비에르 학교에는 현재 학생 549명이 공부한다.

이 학교는 지역사회 교육센터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과정을 운영한다. 앞으로 고등학교와 교사 교육 기관도 만들 예정이다.

이번 음악회 수익금도 전액 이 학교에 전달돼 고등학교와 남학생 기숙사 건립에 쓰인다.

학생들과 함께 한국에 온 캄보디아 예수회 책임자 오인돈(53) 신부는 "일부러 캄보디아에서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 학교를 세웠다"며 "캄보디아 교육 수준이 굉장히 부족한데 아이들이 10년, 20년 뒤에 사회를 이끌어갈 인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 신부는 1997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장애인직업재활센터 등을 지어 지역사회를 도왔다.

하비에르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학생 1천500명, 학교를 완성하는 데 12년을 목표로 시작했다.

교사가 부족해 지역 학교 교사들 재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오 신부는 "아이들을 통해 많이 배운다"며 "작은 것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 친구들과 더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누려는 마음을 보면서 우리도 감사함을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가 더 잘 살기 때문에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게 아니라 서로 가진 좋은 것을 나누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doub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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