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암' 익산 장점 마을 주민들 "비료공장 철거 말라"
"역학조사 못하게 하려는 것" 보존 촉구…익산시 "업체에 중지 요청하겠다"
(익산=연합뉴스) 최영수 기자 = 주민 20여 명이 각종 암에 걸린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 마을 인근의 유기질 비료공장 내부시설물이 철거에 들어가자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비료공장 인근 장점 마을 주민 80여 명 가운데 10여 명은 2012년부터 폐암, 간암, 위암 등으로 숨지고 10여 명은 암으로 투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 등은 원인 규명을 위해 환경오염 및 주민 건강 실태조사(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29일 익산시와 주민에 따르면 공장을 낙찰받은 비료업체가 이날 오전부터 중장비를 동원해 기계를 비롯한 내부시설물을 철거하고 있다.
이 업체는 시설물을 없앤 뒤 이곳을 하치장으로 사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은 익산시의 폐쇄명령에 따라 2017년 4월부터 가동이 중지됐으며, 최근 경북의 한 비료업체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시 관계자는 "공장이나 건축물과 달리 내부시설물 철거는 인허가 사안이 아니라 저지할 방법이 없다"며 "업체에 철거중지를 더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철거 소식에 주민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최재철 주민대표는 "내부시설물을 철거하는 것은 역학조사를 못 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역학조사가 끝날 때까지 시설물은 당연히 보존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이 비료공장은 10여 년 전부터 악취와 폐수 등을 유출했다.
이 때문에 이들 유해물질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쳐 암 등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 등은 원인 규명과 역학조사를 위해 비료공장에서 시료를 채취한 바 있다.
앞서 이달 초 주민들은 "비료공장 지하에 불법 폐기물 370t가량이 저장돼 있다"며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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