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악어 공격 급증에 몸살…"호주서 600㎞ 바다 건너와"
"멸종위기종 보전으로 개체 수 늘자 해외 이주 가능성"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동티모르가 이웃 호주에서 바다를 건너온 것으로 보이는 대형악어들의 공격에 몸살을 앓고 있다.
29일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호주 악어 전문가인 그레이엄 웹 박사 등이 참가한 국제연구진은 동티모르에서 바다악어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연구진은 "바다악어의 공격으로 1996∼2014년 사이 동티모르에서 130건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피해자의 52%가 목숨을 잃었다"면서 바다악어의 공격이 200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1996∼2006년 사이에는 악어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가 6건에 불과했지만, 2007∼2015년에는 무려 104건의 공격 사례가 보고됐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발생 빈도로 따지면 2006년 이전 연간 0.55건에서, 2007년 이후 연간 13건으로 23배가 넘게 증가한 셈"이라고 말했다.
피해자 대다수(82.5%)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던 일반 주민들이었다. 목욕을 하거나 물을 긷다가 공격을 당한 사례도 각각 7.5%와 4.2%로 집계됐다.
악어를 신성시하는 동티모르 전통신앙도 피해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됐다.
현존하는 가장 큰 파충류인 바다악어는 약 6m까지 성장하며 영역에 민감하고 사람도 서슴지 않고 공격하는 습성을 지닌다.
하지만 정작 동티모르 내에는 바다악어의 서식지가 마땅치 않아 최근까지도 바다악어를 보기가 쉽지 않았다.
웹 박사는 "그런 까닭에 동티모르에서 사람을 공격할 만한 크기의 바다악어의 수가 급격히 늘었다면 외부에서 새로 유입됐다는 것 외엔 설명할 방법이 없다"면서 호주 북부 해안에서 대형 개체들이 바다를 건너왔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멸종위기종 보전 정책으로 서식 밀도가 높아지자 동티모르까지 600㎞ 이상을 헤엄쳐 이주를 시도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실제, 호주와 티모르 사이에 위치한 티모르해에서는 바다 한복판을 헤엄치는 바다악어의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루쿠 제도 등 다른 섬과 인접한 동티모르 북부 해안보다 호주를 마주 보는 남부 해안에서 바다악어의 인간 공격 사례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연구진은 동티모르에 있는 바다악어들의 DNA를 검사해 이 악어들이 실제로 호주에서 넘어왔는지를 규명할 계획이다.
이러한 연구결과는 최근 국제학술지인 야생동물연구저널(Journal of Wildlife Management)에 게재됐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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