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기능·예산감시 강화' 국회 혁신안…현실화까진 난관 예상

입력 2018-11-29 13:25
'입법기능·예산감시 강화' 국회 혁신안…현실화까진 난관 예상

국회 법인보조금 삭감안 벌써 후퇴…운영위 심사서 삭감폭 축소

국회 기관간 인사교류안, 내부 반발로 '수정'

논란 예상되는 '로비스트 양성화'는 장기과제로 돌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국회 혁신자문위원회는 29일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제출한 최종 보고서에 '국회 관례'라는 이유로 눈감아온 부조리의 고리를 끊기 위한 혁신안을 담았다고 밝혔다.

혁신위는 '신뢰받는 국회'와 '일 잘하는 실력 국회'를 원칙으로 권고사항을 도출했다며, 이 혁신안이 운영위와 본회의를 온전히 통과해 국회 발전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혁신위의 내년도 보조금 예산 삭감안이 벌써 운영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원안대로 통과되지 못한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애초 취지가 퇴색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 상설소위 가동하고 국회 입법청원 활성화

혁신위는 제도 분야 권고사항 가운데 상임위 상설 소위원회 의무화와 법안심사 정례화에 특히 방점을 찍었다.

상설소위는 예를 들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산하에 문화소위, 체육소위, 관광소위를 나란히 설치해 각 분야 전문성을 가진 의원들이 임시국회나 정기국회 회기가 아닐 때도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법안심사 정례화는 매주 적어도 한 차례씩 법안심사소위를 소집해 법안 처리의 속도를 높임으로써 '일 잘하는 국회'의 위상을 강화하고자 하는 방안이다.

혁신위는 정기국회의 업무 부담을 분산하고, 법안과 인사청문요청안 등 증가하는 안건에 대한 효과적 심사를 위해 회의 운영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이 같은 안을 내놨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기자들과 만나 "법안소위는 의정활동의 꽃인데, 재선이 위원장을 맡으면 중진들이 경륜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상설소위를 통해 이를 보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입법청원 제도도 관심을 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처럼 누구든 청원을 제기할 수 있고, 일정 요건을 갖추면 국회가 정식 청원으로 접수해 국회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수준의 답변을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혁신위는 국회 홈페이지 첫 화면에 입법청원 코너를 노출하고, 상임위원장들이 국회방송을 통해 청원 내용과 처리 과정을 설명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혁신위는 이밖에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의 징계의결 시한을 국회법에 신설하도록 권고했다. 징계 요구 후 30일 이내에 의결하도록 해 징계 제도가 유명무실한 상황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검증…단체 보조금은 대폭 삭감

예산 분야 권고사항 중에는 개별 국회의원에 대한 입법·정책개발비 관련 개선 방안이 눈에 띈다.

의원들의 예산집행에 대한 관리 미흡으로 애초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집행과 부적절한 사후관리가 계속 논란을 일으킨 데 따른 조치라고 혁신위는 설명했다.

혁신위는 입법·정책개발비 사용 결과를 검증할 수 있도록 국민이 알 수 있는 정보공개체계를 갖추고, 각 의원실에서 사용한 비용을 의원실 명의로 직접 밝히되 근거자료까지 게시하도록 권고했다.

더 나아가 비용 집행에 따른 결과물의 표절이나 부실 여부까지 검증해 이를 별도로 공개하도록 했다.

국회가 지원하는 단체들에 대한 법인보조금 개선도 강조됐다.

현재 국회는 한국의회발전연구회, 국회스카우트연맹, 한국의정연구회, 아시아정당국제회의 의원연맹, 한국아동인구환경의원연맹, 아시아인권의원연맹, 국회국제보건의료포럼, 한국여성의정, 한일의원연맹, 민주화운동추진협의회, 국회의원 태권도연맹 등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혁신위는 보조금 예산이 부적절하게 집행되는 경우가 있고, 보조금을 받는 법인의 활동 내용에 대한 성과 평가도 미흡해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행정부의 보조금 예산편성원칙 및 회계처리기준에 준해 국회 기준을 신설하고, 인건비 등 보조금 용도에 맞지 않는 예산을 2020년까지 전액 삭감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국회 운영위 예산소위는 내년까지 보조금 예산 50%를 삭감하라는 권고에 반발, 삭감분 중에 30%만 줄이는 안을 지난 14일 의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연말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 내년에 그 단체를 없애라는 소리와 같아서 운영위가 삭감액을 줄였다"며 "단체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면 편성된 예산보다 훨씬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 국회 내 인사교류안 후퇴…로비스트 양성화도 장기과제로

혁신위는 인사·조직 분야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 소속 연구직 공무원들을 보직에 임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도록 권고했다.

아울러 국회사무처에서 개방형 직위 채용을 확대해 입법조사처나 예산정책처 연구직 공무원들이 사무처로 넘어와 근무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혁신위는 애초 국회사무처와 입법조사처, 예산정책처 간의 인사교류를 권고할 계획이었으나, 사무처 직원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 내용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기관 간의 인사교류 안이 입법고시 폐지 방침으로 와전되면서 극심한 반발이 있었다"며 "이에 따라 일반 국민도 지원할 수 있는 개방형 직위 채용의 확대로 안을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혁신위는 의원 입법 지원의 선진화를 위해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법안제출 이후에 진행하는 입법예고제도 제출 이전으로 앞당기도록 제안했다.

한편, 혁신위는 로비스트의 음성적 활동을 양성화하는 입법을 제안하기로 의결했으나,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이번 권고사항에서는 제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연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로비스트 양성화는) 앞으로 논의해볼 여지가 있다"며 "공청회 등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2기 혁신위가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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