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논란 제주 비자림로, 생태·경관기능 강화 재추진

입력 2018-11-29 11:57
환경파괴 논란 제주 비자림로, 생태·경관기능 강화 재추진

3개 구간 나눠 설계 변경해 내년 착공…삼나무 수림 훼손 최소화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 환경파괴 논란으로 중단됐던 제주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생태 및 경관 도로의 기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재추진된다.



제주도는 지난 2개월 동안 비자림로 확장공사와 관련된 지역 주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위원회 회의를 거쳐 '아름다운 경관 도로 조성을 위한 대안'을 마련했다고 29일 밝혔다.

전문가 자문위원회에는 식물, 조경, 경관, 환경, 교통 분야 전문가와 환경단체 관계자, 공무원 등 15명이 참가했다.

대안은 애초 계획한 전체 구간을 3개 구간으로 분리해 삼나무 수림(숲)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현재의 도로 여건을 개선하는 안이다.

먼저 번영로에서 비자림로로 진입하는 대천교차로에서 제2대천교까지 0.9㎞ 구간은 도로 선형 조정이 곤란하므로 도로 유효 폭을 애초 계획보다 2m 줄여 22m로 축소한다. 도로 부지 여유 폭도 계획보다 3∼4m 축소해 현재 좌·우측 수림 훼손을 최소화한다.

제2대천교에서 세미교차로까지 1.35㎞ 구간은 현재의 왕복 2차로 좌·우측 수림을 그대로 보존한다. 대신 우측 목장 방풍림으로 심은 삼나무 수림을 중앙분리대(평균 8m)로 활용하고, 계획했던 2차로는 목장 부지를 활용해 신설한다.

중앙분리대 역할을 하게 될 기존 도로의 우측 삼나무 수림의 일부를 솎아내고 제주 고유 수종인 비자나무와 산딸나무, 단풍나무 등으로 교체한다. 삼나무가 보존 가치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했다.



세미교차로에서 종점부인 송당교차로까지 0.69㎞ 구간은 이미 벌채가 진행된 곳에서 세미교차로까지 약 200m 구간 삼나무를 추가 벌채해 폭 9m의 기존 도로를 포함해 전체 폭 22m의 도로를 건설한다.

이 구간에는 폭 4m의 중앙분리대를 만들어 교목과 관목 등을 심는다.

결과적으로 이들 전체 구간을 현재 왕복 2차로에서 왕복 4차로로 확장하는 애초 계획이 그대로 실행되는 셈이다.

개선안대로 되면 삼나무를 제거하는 면적은 애초 4만3천467㎡에서 2만1천50㎡로 변경된다. 훼손 면적은 처음보다 51.6% 줄어든다.

도는 전체 공사 구간의 약 46%를 차지하는 2구간의 기존 수림을 보존하면서 도로 여건을 크게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도는 도로변 수림 때문에 겨울철 도로가 결빙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염수 자동분사시설을 설치해 교통사고를 예방한다. 도민과 관광객이 삼나무 수림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숲길도 조성한다.

종점부 회전교차로는 계획보다 우측으로 14m 옮겨 잣성 추정 돌담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 이미 훼손된 돌담은 원상복구 한다.



비자림로 확장공사는 제주시 동부지역(구좌·성산읍) 주민 숙원사업으로, 2009년부터 추진됐다. 작년에 국비 10억원을 확보하면서 지난 6월 착공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등이 삼나무 훼손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자 착공 두 달여만인 지난 8월 8일 공사가 중단됐다.

도는 내년 2월부터 개선안대로 공사해 애초 계획대로 2021년 6월 완공할 예정이다.

안동우 제주도 정무부지사는 "지역 주민 숙원사업이라는 점과 삼나무 수림 훼손 논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도로를 건설할 때 비자림로 경관 도로 조성 사례를 거울삼아 환경친화적인 도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도민의 이해를 구했다.

kh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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