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가동·파행·충돌' 예산소위 하세월…감액심사도 빠듯(종합2보)
고용부 '일자리 예산' 충돌…교육부·산업부 예산심사 곳곳 대치
보건복지부 등 일부 부처 예산은 손도 못대
예결위 의결 시한 내일 자정까지…소소위·여야 지도부 협상 넘어갈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이슬기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가 29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심사를 이어갔지만, 예결위 활동 시한(11월 30일) 내 처리는 힘겨울 전망이다.
여야 간 이견으로 예산소위가 일주일 지각 가동된 데다, 전날까지 사흘간 파행하면서 아직 심의하지 못한 부처가 다수 남아있기 때문이다. 1차 감액심사를 마치는 것조차 빠듯한 분위기다.
전날 오후 재개된 예산소위는 이날 새벽 1시 30분까지 예산 심사를 진행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예산을 놓고 여야는 건건이 대치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부분은 '추후 논의'로 넘겨졌다.
예산소위는 이날 오전에 회의를 재개, 밤늦게까지 교육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대한 심사를 이어갔다.
하지만 부처 가운데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예산안은 손도 못 댔고, 여야 충돌이 예상되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의 예산안 심사도 남아있다. 여야의 충돌로 심사 자체를 통째로 보류하기로 한 남북협력기금 등 통일부 예산안도 있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예산소위가 국회법이 정한 예결위 활동 시한까지 1차 감액심사조차 마치지 못하는 '나쁜 선례'를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30일까지 예산소위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예결위 의결 권한이 사라지고 12월 1일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결국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소(小)소위'와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 단계로 예산안 심사가 넘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예산소위의 고용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는 일자리 예산을 놓고 대치하며 여러 차례 충돌했고 파행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특히 청년 취업 지원 예산을 놓고 자정을 넘겨서까지 여야 공방이 계속됐으며, 고용부 차관의 답변 태도를 놓고 고성과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야당의 예산 삭감 요구에 고용부 차관이 '원안 유지' 입장을 고수하자, 한국당 의원들이 '차관이 결정권, 재량권이 전혀 없으니 장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과정에서다.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차관이 독자적으로 판단할 권한이 없는 사람이다. 회의낭비"라고 반발했고,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도 "차관이 1원 한 푼도 조정할 권한이 없는 게 드러나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이에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고용부 차관이 물릴 건 물렸다. 왜 (예산 심의를) 흥정하듯이 하나"라고 고용노동부를 감쌌다.
한국당 의원들이 차관에 대해 "허수아비"(이장우 의원), "오더 답변"(이은재 의원)이라고 비판하고, 여당은 이에 항의하면서 말싸움이 오가기도 했다.
이날 오전 예산소위의 교육부 예산안 심사에서도 곳곳에서 부딪혔다.
여야는 한국장학재단 출연 사업에서 인력증원 예산 등을 놓고 공방을 벌인 끝에 재단의 내년도 인력확충 계획을 41명에서 35명으로 줄이고, 총 117억8천만원을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국가교육위원회의 운영 지원 예산도 여야 간 격돌 끝에 보류됐다.
또한 국립대학 육성사업과 관련해 정부는 '예산이 결정되면 세부 지원계획을 만들겠다'고 설명했으나, 야당은 구체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소소위에 계획을 내라고 요구했다.
오후에 진행된 산업통상자원부의 예산안 심사에서도 여야는 대치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의 무역투자 빅테이터 플랫폼 구축사업(26억원)을 놓고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정책"이라는 정부·여당의 설명과 "내년도 국가정보화 시행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사업으로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야당의 주장이 30분간 평행선을 달렸다.
또 수소자동차산업 육성 예산 심사 중에는 장제원 의원이 삭감액을 30억원이라 했다가, 25억원, 다시 30억원으로 연이어 정정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어떻게 예산을 이렇게 자르나", "예산에 사업을 맞추면 되겠나. 사업에 맞춰야지"라고 항의했다.
이에 장 의원은 "계속사업이니 조금씩 삭감하자는 뜻인데 제가 마치 흥정하는 사람처럼 보여서, 제가 왜 악역을 맡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여야는 '심도 있는 심사'를 이유로 산업부의 신규 연구개발(R&D) 사업을 모두 소소위로 넘기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 방송사가 언론사 풀(POOL·공동) 취재로 운영되는 예산소위 회의의 녹취를 방송한 사실이 회의 도중 알려지면서 논란이 빚어졌고, 의원들이 관련 상황을 파악하느라 밤 10시 30분까지 1시간 가까이 정회하는 소동이 있었다.
안상수 위원장은 해당 언론사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진상조사와 사후 대책, 고발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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