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가동·파행·충돌' 예산소위 심사 하세월…감액심사도 빠듯

입력 2018-11-29 12:14
'지각가동·파행·충돌' 예산소위 심사 하세월…감액심사도 빠듯

고용부 '일자리 예산' 건건이 충돌…차관 '답변 태도' 논란

예결위 의결 시한 내일 자정까지…소소위·여야 지도부 협상 넘어갈듯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조정소위가 29일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를 이어갔지만, 예결위 활동 시한(11월 30일) 내 처리는 힘겨울 전망이다.

여야 간 이견으로 예산소위가 일주일 지각 가동된 데다, 전날까지 사흘간 파행하면서 아직 심의하지 못한 부처가 다수 남아있기 때문이다. 1차 감액 심사를 마치는 것조차 빠듯한 분위기다.

전날 오후 재개된 예산소위는 이날 새벽 1시 30분까지 예산 심사를 진행했으나,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예산을 놓고 여야는 건건이 대치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한 부분은 '추후 논의'로 넘겨졌다.

예산소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재개, 교육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에 들어갔다.

부처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예산안은 아직 손도 못 댔다. 여야 충돌이 예상되는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 등의 예산안 심사도 남아있다.

또, 여야의 충돌로 심사 자체를 통째로 보류하기로 한 남북협력기금 등 통일부 예산안도 있다.

이 때문에 자칫하면 예산소위가 국회법이 정한 예결위 활동 시한까지 1차 감액심사조차 마치지 못하는 '나쁜 선례'를 국회선진화법 이후 처음으로 남길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야당의 한 예결위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예산 덩치가 큰 부처들의 심사가 줄줄이 남아있는데 계획보다 심사 일정이 계속 밀리고 있다"며 "지금의 심사 방식과 속도대로라면 30일 자정까지 감액심사를 마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30일까지 예산소위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예결위 의결 권한이 사라지고 12월 1일 정부 예산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결국 예년과 마찬가지로 여야 3당 예결위 간사들이 참여하는 '소(小)소위'와 여야 원내지도부 협상 단계로 예산안 심사가 넘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날 예산소위의 고용부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는 일자리 예산을 놓고 대치하며 여러 차례 충돌했고 파행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특히 청년 취업 지원 예산을 놓고 자정을 넘겨서까지 여야 공방이 계속됐다.

중소·중견기업에 신규 취업하는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 사업과 관련해 정부가 지원 대상자를 12만명으로 잡은 데 대해 한국당이 최소 1천명이라도 줄일 것을 요구했으나, 정부·여당이 원안 유지를 고수하면서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 여러 명이 '통일부 사례처럼 고용부 심사를 통째로 보류했다가 추후 심의하자'고 주장했으나,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이 반대하면서 해당 사업 예산은 보류해 소소위로 넘기고 남은 10개 항목에 대해선 추후 계속 심사하는 선에서 상황이 정리됐다.

이 과정에서 고용부 차관의 답변 태도를 놓고 고성과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야당의 예산 삭감 요구에 고용부 차관이 '원안 유지' 입장을 고수하자, 한국당 의원들은 '차관이 결정권, 재량권이 전혀 없으니 장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요구하면서다.

한국당 이장우 의원은 "차관이 지금 보니까 독자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사람이다. 회의낭비다. 불통 정부의 상태"라고 반발했고, 바른미래당 이혜훈 의원도 "차관이 1원 한 푼도 조정할 권한이 없는 게 드러나서 심사가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또한 장제원 의원은 "다음에 장관을 불러야 한다. 차관이 회의하러 온 게 아니라 통보하러 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고용부 차관이 물릴 건 물렸다. 왜 흥정하듯이 하나"라고 고용노동부를 감쌌다.

이 과정에서 "차관은 허수아비"(한국당 이장우 의원), "인격 살인"(민주당 박홍근 의원) 등의 대화가 오가며 언쟁이 벌어졌다.

회의 막판에는 한국당 송언석 의원이 "차관이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다"며 큰소리를 냈고, 민주당 의원들이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여야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차관이 '오더 답변'을 한다"고 하자,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발언 취소를 요구하며 말싸움이 오갔고, 안상수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해 새벽 회의가 끝났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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