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부촌 대형산불에 '사설소방대' 동원…소방당국은 불만

입력 2018-11-29 02:20
美 부촌 대형산불에 '사설소방대' 동원…소방당국은 불만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미국 캘리포니아주(州) 벤투라 카운티의 부촌 벨 캐니언 지역 주민 옌 셔는 이달 초순 대형산불 울시파이어가 집을 덮쳤는데도 집 안에 있던 200년 된 첼로와 고가의 희귀 열대어 수조를 지킬 수 있었다.

인근 커뮤니티 30가구가 대부분 전소했지만 셔의 집은 불길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미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2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재난 역사상 최악의 동시다발 대형산불이 발화한 최근 보험회사에 소속된 사설소방대를 동원해 재산을 지킨 사례가 꽤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설소방대가 특정 주택만을 지키기 위해 국한된 소방활동을 하면서 큰 불길을 잡으려는 정규 소방당국의 작전에 방해를 주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고 LA타임스는 지적했다.

보험정보연구소의 마이클 베리는 "한 10년 전쯤부터 이런 부류의 보험이 많이 늘어났다"면서 "첩 리미티드, USAA 같은 보험사에서 사설소방대를 포함한 상품을 만들어 부촌에 팔았다"고 말했다.

초고가 산불 보험 상품에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물적 피해 보상부터 산불 방재 시스템까지 보장 내역에 포함돼 있다.

이번에 캘리포니아 남서부에서 울시파이어, 힐파이어가 발화했을 때 53대의 소방차와 100명 정도의 소방인력, 50명 안팎의 지원인력이 사설소방대로 동원됐다고 LA타임스는 전했다.

미국의 유명 방송인 킴 카다시안도 최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히든힐스의 자택을 보호해준 소방대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카다시안은 엘렌쇼에서 사설 소방관을 고용했다고 털어놨다.

카다시안은 "집 주변 언덕 끝까지 불길이 왔지만 집이 온전한 건 축복"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설 소방인력을 동원하는 비용이 화재로 소실된 호화 저택이나 가재도구를 물어주는 비용보다 적다는 점에서 이런 상품을 기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설소방대는 보험에 가입된 특정 주택 주변의 수목을 자르고 방재선을 그어 소화제를 집중적으로 투하해 불길이 집으로 진행하는 걸 막는 방식으로 소화 작업을 한다.

벤투라 카운티 소방국의 브라이언 맥그래스는 "사설 소방대원들이 잘 협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일선에서는 우리 작전을 더 어렵게 하고 사실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소방대원 노조 캐롤 윌스 공보담당은 LA타임스에 "소방관 입장에서 보면 사설 소방인력은 우리를 도와주는 자원이 아니라 우리가 오히려 보호해야 할 사람들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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