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덩이 1천500구"…집단무덤서 드러난 'IS수도 해방戰' 참상(종합)

입력 2018-11-28 21:33
"한구덩이 1천500구"…집단무덤서 드러난 'IS수도 해방戰' 참상(종합)

시리아 락까서 집단무덤 9곳 발견…AP통신, 발굴 현장 보도

인권단체 "참상 단죄하려면 철저히 발굴해 증거 확보해야"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자칭 '수도'에서 IS를 상징하는 검은 깃발이 내려진 지 1년이 지났지만, 곳곳에 아직 방치된 집단 매장지는 당시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시리아 중북부 락까에서 발견된 한 집단 분묘에서는 27일(현지시간)까지 시신 500여구가 수습됐다고 AP통신이 이 지역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락까는 작년 10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을 등에 업은 쿠르드·아랍연합 '시리아민주군'(SDF)에 장악되기 전까지 IS의 상징적 수도 역할을 했다.

국제 인권단체에 따르면 '락까 해방전투' 기간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대대적인 공습과 주거지에 섞여 민간인을 방패 삼는 IS의 악랄한 전술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민간인 피해는 4개월간 지속한 락까 전투에서 마지막 몇주에 집중됐다.

당시 IS 조직원들이 전선에서 달아나려는 주민과 포로를 무차별 학살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계속되는 공습과 포격에 IS나 주민들은 제대로 장사를 지내지도 못하고 큰 구덩이를 파서 시신 수백구를 한꺼번에 매장했다.

발굴 현장 영상이 공개된 이 매장지에서는 516구가 수습된 후에도 계속 시신이 나오고 있다.

주변 지역 이름을 따 '파노라마 집단 분묘'라고 불리는 이 매장지에는 시신 약 1천500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락까 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락까에서 발견된 대형 집단무덤은 9곳이다.

집단무덤에는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IS 조직원과 민간인, IS가 살해한 주민의 시신이 혼재돼 있다.

시신 발굴작업은 구조대원과 법의관 등 전문인력을 동원해 시신을 수습하고, 사망자의 성별·연령대·신체특징, 복장과 장신구, 소지품, 염(殮) 방식을 꼼꼼히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락까 당국은 발굴작업에 필요한 전문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세러 카이얄리는 "시신이 급속도로 분해되기 때문에 집단무덤 발굴작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카이얄리는 "시신이 올바로 보존·발굴되지 않으면 이 참상의 책임자를 가릴 때 중요한 증거 다수를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권단체 국제 앰네스티에 따르면 국제동맹군의 락까 작전 종료 후 이달까지 건물 잔해와 집단 매장지에서 수습된 시신이 약 2천500구에 이른다.

앞서 유엔은 미군 주도 락까 작전 과정에서 도시 건물의 약 80%, 1만동 이상이 파괴됐다고 추산했다.

국제앰네스티 등은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민간인 수백명이 사망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이 락까 작전 중 국제동맹군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시인한 인원은 총 104명이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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