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가입후 TV 끊는다? 콘텐츠 따르는 플랫폼 유목민

입력 2018-11-30 06:30
OTT 가입후 TV 끊는다? 콘텐츠 따르는 플랫폼 유목민

"국적 불문 OTT는 TV 대체재 아닌 보완재 역할"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출·퇴근길은 물론 자기 전 침대에서도 스마트폰을 끼고 사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TV는 구시대 유물로 남지 않을까.

본방송과 일일 시청률의 의미가 점점 옅어지면서 이러한 전망이 늘어나는 가운데 이를 뒤집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국내 주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중 하나인 '티빙'을 운영하는 CJ ENM은 2049(20~49세, 광고주 타깃) 이용자가 90.8%를 차지하는 티빙 이용자의 시청행태를 자체 분석한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 티빙 이용자 90%는 집에 TV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티빙을 이용하는 때를 묻는 말에 '나만의 기기로 혼자 보고 싶을 때'라고 답한 비율이 27.8%로 가장 많았고 '집에 TV가 있지만 가족과 다른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싶을 때'(24.8%), '이동 중 시청'(21.4%)이 뒤를 이었다.



그러면서도 TV 유료방송 가입을 유지하는 이유와 장점에 대해서는 '틀면 바로 볼 수 있어서', '모든 채널이 한 곳에 모여있어 편리해서' 등을 꼽았다.

CJ ENM 관계자는 "OTT가 TV의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면서 "초기 OTT가 활성화하면서 1인 가구와 모바일에 익숙한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유료방송 서비스를 해지하고 OTT로 이동하는 '코드커팅'(cord-cutting)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분석 결과 기존 유선 방송 이용자들이 OTT 등 다양한 서비스에 추가로 가입하는 '코드스태킹'(cord-stacking) 인구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에만 국한하지는 않는다.

시장조사기관 GFK에서도 비슷한 트렌드를 보고한 바 있다.

보고서에는 미국 전체 가구 수 가운데 71%가 유료방송에 가입됐으며, 이 중 18~34세 인구 76%는 '코드커팅'을 하지 않고 유료방송과 더불어 넷플릭스 등 OTT를 추가로 이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코드스태커' 비율은 미국 전체 가구 수 55%, 35~49세 인구 63%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들은 다양한 이유로 TV라는 익숙한 매체를 쉽게 끊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내놨다.



결국 핵심은 플랫폼이 아닌 콘텐츠라는 해석도 나온다. 콘텐츠 수준에 따라 플랫폼은 자유자재로 갈아타는 점이 디지털 네이티브의 특징이라는 것이다.

큰 화면으로 '본방사수'하고 싶거나 채널을 서핑하면서 재방송을 보고 싶을 땐 TV를, 이동하거나 PC, 태블릿, 모바일 등 개인기기로 보고 싶을 땐 OTT를, tvN과 OCN 콘텐츠를 원할 땐 티빙, 지상파는 푹, 미국 드라마 몰아보기가 하고 싶을 땐 넷플릭스를 선택하는 등의 방식이다.

CJ ENM 관계자는 "다양한 콘텐츠에 노출돼 자란 젊은 시청자들은 콘텐츠가 충분히 가치 있다면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필요한 플랫폼에 가입해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만큼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lis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