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노출되면 즉시 호흡정지…잇단 사고에 황화수소 경계령
달걀 썩는 듯한 악취 내뿜는 무색 기체…대표적 유해 화학물질
전문가들 "사전 누출 여부 확인하고 호흡기 보호장비 착용해야"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 28일 부산 한 폐수처리 업체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4명을 질식시킨 유독가스는 황화수소로 추정된다.
달걀이 썩는 듯한 악취를 내뿜는 무색 기체인 황화수소는 대표적인 유해 화학물질로 손꼽힌다.
황화수소를 들이마실 경우 구토·어지러움·호흡곤란·메스꺼움 등의 증세를 보인다.
50ppm 농도에 장시간 노출되면 비염, 인두염, 기관지염이 발생했다는 연구가 있다.
인체에 흡입되면 축적되지 않고 오줌, 호흡기 등으로 배출되는 특성이 있다.
700ppm 이상 황화수소에 노출되면 즉시 호흡이 정지되고 중추신경이 마비돼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황화수소를 작업장 유해물질로 규정하고 황화수소 농도가 8시간 가중 평균치 10ppm, 단기간 노출허용농도 15ppm 이하인 환경에서만 작업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가 이날 사고 발생 1시간여 만에 측정한 폐수처리업체 내부의 황화수소 농도는 150ppm이었다.
사고 당시에는 상당한 고농도의 황화수소가 퍼진 것으로 추정된다.
황화수소는 보통 염화마그네슘과 황화칼슘의 혼합물에 물을 조금 섞어 가열하는 방식으로 제조된다.
하지만 석유 정제공장이나 펄프 공장, 염료·공업약품·의약품 원료를 다루는 작업장을 비롯해 하수·폐수처리장, 쓰레기장, 정화조 등에서 화학작용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보관 탱크, 정화조, 폐수처리장 등 밀폐된 공간에서 작업하던 근로자들이 질식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21일 오후 3시 26분께 충남 부여군 석성면 한 단무지 절임 공장의 단무지 보관 탱크 안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A(52)씨가 황화수소에 질식돼 숨졌다.
지난 5월에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폐수종말처리장에서 찌꺼기 청소를 하던 작업자 3명이 황화수소를 들이마셔 1명이 의식을 잃고 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는 등 올해에도 황화수소 질식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황화수소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가스 누출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부산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유독가스 질식사고를 막으려면 작업자들은 반드시 호흡기 보호용 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작업 감독자가 이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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