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이 시민 상대 싸움 거나"…세종시의회 '풋내'
무상교복 지급 방식 놓고 의원끼리 '조례안 대결'
시민단체 성토 이어져…"합의 노력은커녕 논란 자초"
(세종=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소속 초선 의원 일색인 세종시의회가 임기 시작 반년도 안 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무상교복 지급 방식과 관련한 논의 과정 때문인데, 첨예한 이견을 좁혀 나가기는커녕 되레 논란을 스스로 키우는 모양새다.
28일 세종시의회에 따르면 교육안전위원회는 무상교복 지급과 관련한 조례안을 손질하고 있다.
윤형권 의원이 대표로 발의할 것으로 알려진 해당 조례안은 '현물'과 '현금 또는 현물'로 대변되는 지급 방식 이견을 조율하는 안이 담긴다.
윤 의원은 "현물을 원칙으로 하되 일정 기간 유예를 둬 현금 또는 현물 두 가지 방식을 다 선택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의원들 간의 숙의를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의 이런 움직임은 '파동'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이례적인 조례안 발의·철회 과정을 거쳐 나왔다.
앞서 시의회에서는 현물로 지급 방식을 고정한 '세종특별자치시 저소득층 학생 교복 구매비 지원에 관한 조례 전부개정 조례안'(대표발의자 더불어민주당 상병헌 의원)이 철회됐다.
상임위까지 통과한 이 안에 제동을 걸고 나선 사람은 발의를 주도했던 상 의원 자신이었다.
같은 당 소속 의원 10명이 "현금과 현물을 병행해 무상교복을 지급하자"는 내용의 수정안을 내놨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제출한 원안에 같은 당 의원들이 반대하고 나선 것과 다름없다.
수정안을 대표 발의한 박성수 의원은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은 건 불찰"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상 의원이) 조례안을 철회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즉각 세종시의회를 성토하고 나섰다.
애초 현물 방식 조례안이 나왔을 때 비교적 잠잠했던 여론은 현금·현물 선택 조례안 처리 과정에 들썩이고 있다.
윤영상 세종참교육학부모회 지부장은 "브랜드 교복 구매 같은 또 다른 불평등을 막는 현물 지급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간담회와 여론조사 등을 통해 전달했다"며 "시의원들은 세종시민을 상대로 싸우자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합의 노력은커녕 논란을 스스로 키우고 있다"며 "다수의 민주당 세종시의원들은 성찰하고 반성하며 시민에게 사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선 의원 일색인 세종시의회의 미숙한 의정 운영이 이번 사안을 키웠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세종시의회는 18명의 의원 중 72%에 달하는 13명이 지난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더구나 이 중 17명은 민주당 소속이다. 1명은 자유한국당(비례)이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형제끼리도 다툼이 있는 것처럼 같은 당이라고 해서 의견이 같을 수는 없다"며 "그러나 본격적인 의정 활동을 시작한 지 반년도 안 돼 이런 잡음이 나는 건 분명 문제"라고 꼬집었다.
정작 시의회 내부에선 교육청에 화살을 돌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안찬영 부의장은 취재진과 만나 "교육청에 (무상교복 지급 방식) 관련 여론 수렴을 해 달라고 했는데, 안 했다"며 "학부모가 원하는 건 편한 교복을 입게 해 달라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의회 청사 안팎에선 당분간 집회와 시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29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는 세종시 학교운영위원회 연합회원들이 찾아 시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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