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 "주주가치 극대화는 장기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
"기업은 웰빙에 중요한 역할 담당…웰빙 위해선 자율 규제로는 부족해"
(송도=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28일 "기업 주주가치 극대화가 사회 복지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오히려 장기적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업이 웰빙을 위해 노력하게 하려면 자율 규제로는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날 인천 송도에서 열린 6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포럼에서 기업과 웰빙의 관계를 설명하며 이렇게 밝혔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업이 웰빙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은 삶의 ⅓을 직장에서 보내고 있으며, 우리가 소비하는 각종 재화와 용역을 기업이 생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아울러 기업이 내는 세금을 통해 공공재를 조달한다.
그는 그러나 기업이 직원의 삶을 힘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기업의 업무와 실수가 없어야 하는 체제가 이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구하는 주주들이 직원 웰빙을 위한 기업의 노력에 반대할 수 있다는 견해에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단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며 사람에 대한 투자를 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오히려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주주가치 극대화를 통해 사회 복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뒷받침할만한 이론은 없다"며 "불완전한 자본시장에서 주주가치 극대화는 결코 사회적 가치 극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대신 이해 관계자 가치를 극대화하는 모델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주주뿐 아니라 근로자, 소비자, 기업이 위치한 지역사회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국내총생산(GDP) 측정만으로 경제 현상을 모두 설명하지 못하듯 현행 기업 회계만으로는 이러한 이해 관계자 가치 극대화를 측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는 "예를 들어 기업 탄소 배출 리스크는 기존 회계 처리 방식으로는 반영할 수 없다"며 "그러기 때문에 최소한 환경·사회·경제 세 가지 영역의 하한선은 기업이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업의 웰빙을 향한 노력은 자율 규제만으론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자율 규제를 하겠다던 금융시장에는 결국 바닥을 치는 경쟁과 무자비한 투자만 난무했다"며 "자율 규범도 중요하지만 강력한 규제가 있어야만 웰빙을 촉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스티글리츠 교수와 대담을 나눈 말린 리파 볼보그룹 이사는 기업 차원에서도 웰빙이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유치를 통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웰빙이라는 주제가 중요하다"며 "볼보를 비롯한 스웨덴의 여러 기업은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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