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송 오늘 잇따라 선고

입력 2018-11-29 05:00
대법,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배소송 오늘 잇따라 선고

강제징용 피해 할머니·할아버지들 각각 미쓰비시 중공업 상대로 소송

대법 전합 판결에 따라 원고승소 전망…한·일 외교마찰 심화할 듯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의 상고심 선고가 오늘 잇따라 내려진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29일 오전 10시 박 모(72) 할아버지 등 강제징용 피해자 6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을 선고한다.

1944년 9∼10월 강제징용돼 일본 히로시마 구(舊) 미쓰비시중공업 기계제작소와 조선소에서 일한 박 할아버지 등은 불법행위인 강제징용에 따른 손해배상금과 강제노동기간 동안 지급받지 못한 임금을 합친 1억1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불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는 물론 일본과의 국교가 정상화된 1965년부터 기산하더라도 소송청구가 그로부터 이미 10년이 경과돼 손해배상청구권이 시효 완성으로 소멸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2년 5월 "청구권이 소멸 시효의 완성으로 소멸했다는 피고들의 주장은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다시 열린 2심은 대법원의 취지에 따라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더이상 손해배상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거나 미쓰비시중공업이 구 미쓰비시중공업과 다른 기업이라는 미쓰비시측 주장도 모두 받아들이지 않고 피해자에게 각각 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선고 직후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가 양 모(87) 할머니 등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을 선고한다.

양 할머니 등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말기인 1944년 5월 일본인 교장의 회유로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로 동원돼 임금 한 푼 받지 못하고 중노동을 했다.

징용 피해자들은 1999년 3월 1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을 상대로 일본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2008년 11월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판결이 확정됐다.

이후 2012년 국내 법원에 다시 소송을 냈고, 1심은 양 할머니 등 피해자 4명에게 각각 1억5천만원씩, 유족 1명에게 8천만원 등 총 6억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2심도 2015년 6월 "일본 정부의 침략전쟁 수행을 위한 강제동원 정책에 편승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로 13~14세 소녀들을 군수공장에 배치해 열악한 환경 속에 위험한 업무를 하게 한 것은 반인도적 불법행위"라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배상액을 일부 조정해 양 할머니 등 피해자 3명에게 각각 1억2천만원씩, 다른 피해자 1명에게 1억원, 유족에게 1억208만원 등 총 5억6천208만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청구권협정으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두 사건 모두 일본 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이 미쓰비시의 배상책임을 인정할 경우 신일본제철 판결과 마찬가지로 또 한 차례 일본과의 외교적 마찰이 예상된다.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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