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돈업계, 무역전쟁에 '직격탄'…당국은 보도통제
'타격' 일상생활 확산하면 불만 공산당 지도부로 향할 가능성
트럼프 비난 자제, G20 정상회담서 '타협점 거래' 모색할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이 중국 양돈업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안기기 시작했다.
무역전쟁의 악영향이 국민의 일상생활로 확산하면 비난의 화살이 미국뿐 아니라 중국 공산당 정권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진퇴양난에 빠진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예정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8일 지적했다.
황허(?河) 연안 허난(河南)성 농촌지역에 있는 한 양돈장.
연간 돼지 수만 마리를 출하하던 대규모 양돈장이지만 요즘은 평소의 북적임은 간데 없이 조용하기만 하다.
경영자와 잘 아는 한 농민(52)은 "돼지에게 줄 사료를 살 수 없게 돼 살처분 등의 방법으로 사육두수를 줄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에서 수입하던 대두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돼지 사료에는 기름을 짜고 난 콩깻묵이 들어간다.
중국은 지난 7월 미국의 관세부과에 대한 보복조치로 대두 등 미국산 수입품에 25%의 추가관세를 부과했다.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농촌을 겨냥한 조치였지만 "트럼프의 표밭을 공격하기 위해 우리가 희생양이 됐다"(중국 대두가공업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보복관세 부과의 영향은 중국으로 되돌아왔다. 9월 미국산 대두수입(금액기준)은 전년 동기대비 98% 감소해 거의 '증발'했다. 대두가격은 여름 이후 10% 정도 올랐다. 여기에 8월 이후 중국 각지의 양돈장에서 돼지 콜레라까지 발생하자 "앞으로 폐업하는 곳이 속출할 것"이라는 비명이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요즘 대두 '2월 위기설'이 퍼지고 있다. 대두 수확은 남반구는 3월, 북반구는 9월에 본격화한다. 중국은 봄에는 주로 남반구, 가을에는 북반구에 있는 국가에서 대두를 수입해 왔다.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산 수입이 격감한 가운데 가을 이후 대두수입은 세계 유수의 생산국인 브라질에 의존해야 할 형편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올해 1-8월 브라질산 대두 수입은 전년 동기대비 15% 증가했다. 이 영향으로 브라질의 대두 재고가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브라질에서 수확이 시작되기 전에 공급이 바닥나면 수입가격은 또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10월 대선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한 것도 악재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노골적으로 경계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브라질이 무역정책을 재검토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무역전쟁의 영향은 다른 산업 종사자들의 심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애플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하는 광둥(廣東)성 후이저우(?州)의 한 공장에서는 수천명이 해고되자 "일을 계속할 수 있게 해달라"며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경찰이 출동하는 노동쟁의가 발생했다. 애플 스마트폰은 미국의 대중제재관세 부과대상이 아니다.
해고이유는 9월에 발표한 신제품의 판매부진 때문인 것으로 보이지만 종업원들은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수주가 줄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공장 측은 수주감소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고 언론보도도 통제되고 있어 진위가 확실하지 않은 채 인터넷에 올라오는 글을 그대로 믿는 노동자가 적지 않다.
미국과의 마찰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지도부는 국내의 동요를 진정시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당국은 무역전쟁과 중국경제 둔화를 언급하는 독자적인 보도를 금지하고 있다. 언론의 논조는 미국을 비판하기 보다 "무역전쟁도 중국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수 없다"는 식의 국력 조양을 강조하고 국민을 고무하는 내용이 두드러진다.
공산당 관계자는 "대국노선을 추진해온 지도부가 이제와서 뒤로 물러설 수도 없으니 서민의 불안을 진정시키면서 장기전을 각오하게 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도부가 언론보도에 민감한 이유는 무역전쟁의 영향이 확산해 국민의 반미감정에 불이 붙으면 '겁쟁이'라는 비판이 정권을 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미국의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타협점을 찾을 필요가 있는 셈이다.
이달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회의(APEC)에서 정상선언을 채택할 수 없게 되자 왕이(王毅) 국무위원이 "일부 국가가 보호주의를 옹호하기 위해 자국안을 고집, 강요했다"고 미국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 않고 140여개 항목의 행동계획 리스트를 내놓은 것은 정상회담에서의 '거래'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lhy501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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