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협상' 키맨 앤드루 김, 연말 CIA 떠난다
대학 연구소로 옮길 예정…향후 북미대화 '역할론' 관심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김효정 기자 = 그동안 북미 간 막후 조율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한국계 앤드루 김 미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KMC) 센터장이 올해 말 CIA를 떠난다.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는 "김 센터장이 다음달 20일 CIA에서 사직하고 스탠퍼드대 산하 연구소로 옮길 것으로 안다"고 27일 전했다.
한 소식통은 "스탠퍼드 대학에서 몇달간 머물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달 중순 방한했을 당시 일부 지인들에게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5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심각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한 특수조직으로서 KMC를 신설하면서, 그 책임자로 CIA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였다가 은퇴한 김 센터장을 영입했다.
당초 그는 올해 여름까지 센터장을 맡을 계획이었으나, 6·12 북미정상회담이 끝나고 북미가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국면에 들어가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사직을 만류해 임기를 연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다 김 센터장이 최근 다시 사직 의향을 CIA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국정원 관계자는 전했다. 그의 사직과 관련해 CIA 본부에서 26일 내부적으로 정식 발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의 CIA 국장 재직 시절 한반도 문제 관련 최측근 참모였으며,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장관이 된 후로도 사실상 '오른팔' 역할을 맡아 '한 팀'으로 일하면서 북미협상의 '키맨'으로 깊숙이 관여해왔다. 폼페이오 장관의 네차례 방북에도 모두 동행했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이 있을 때마다 배석했다.
제재완화 문제 등을 둘러싼 북미 간 기 싸움 등으로 인해 대화 재개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김 센터장의 '공백'으로 자칫 북미 협상이 차질을 빚어지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한미 외교가에서 나오고 있다.
앞서 11·6 중간선거 직후인 지난 8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북미 고위급 회담이 북측의 요청으로 돌연 연기된 가운데 미국 측이 "28일까지 만나자"고 다시 제안했지만, 북측이 확답을 안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달 개최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센터장의 향후 거취도 관심을 모은다. 그는 스탠퍼드대 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3∼4개월가량 머물 계획으로 알려졌는데, 폼페이오 장관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CIA를 떠난 뒤에도 북미 협상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향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미국 정부 내에서 다시 '중책' 등 역할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소식통은 "김 센터장이 폼페이오 장관과 거취 문제에 대해 계속 상의했던 거로 안다"며 "일선에서 손을 떼더라도 폼페이오 장관의 자문역을 계속 맡을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북미 간 막후 조율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 온 김 센터장이 자리를 비우면서 KMC 수장 자리를 이어받을 후임자가 누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 관계자는 "CIA가 내부적으로 후임자를 상당히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역량있는 인물로 압축돼 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현재 KMC는 부센터장도 한국계 인사가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그가 앤드루 김 센터장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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